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국내 노동계 양 노총의 공조가 시작도 하기 전에 흔들리고 있다.
이용득 한노총 위원장과 김영훈 민노총 위원장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10일 국회에서 열 예정이던 '투기자본 동원한 M&A분쇄를 위한 외환은행노조-금호아시아나노조 공동 기자회견'이 9일 돌연 취소됐다.
한노총 산하 금융노조는 이날 이번 기자회견에 양 노총 위원장이 참석한다고 공개한 지 10여분 만에 공동기자회견 자체가 취소됐다고 다시 통보했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민노총 위원장의 일정상 참석이 어려워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노조 측은 그러나 양측이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한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이를 민노총에 바로 알리지 않았다.
행사 취소 사실을 모르고 있던 민노총은 당황했다. 정호희 민노총 대변인은 "이틀 전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통보해와 김 위원장의 일정상 참석이 불가능해 부위원장이 가기로 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안다"며 "행사자체가 취소됐다는 것은 처음 듣는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노동계에서는 금융노조가 공식적으로는 일정상의 이유 때문에 취소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한노총에서 이 위원장이 참석하는데 민노총 측에서 일정상의 이유로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고 부위원장이 나오기로 하자 행사를 취소한 것 아니냐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위원장과 김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조찬회동을 가졌고 이 위원장이 대의원 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연대를 제의하면서 양 노총의 공조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민노총이 과거 수차례 공조가 깨진 기억 때문에 아직도 한노총을 불신하기 때문에 공조에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민노총 내부에서 한노총에 대한 반발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조직 내에서 공조복원 등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이번 해프닝도 그런 차원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노총 간 불신의 골이 생각보다 깊다는 것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노동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양 노총 위원장이 처음으로 공식행사에 함께 참석하기로 한 행사가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취소된 것은 앞으로 양 노총의 공조가 쉽지 않을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