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황금산업' 재벌·은행 편승경쟁

■ 카드업계 생존게임<상>춘추전국 시대선발 카드사들에 연간 수천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안겨주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온 카드 시장이 춘추전국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신용카드업이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캐시 카우(cash cow)'로 각광 받으면서 카드 시장 진입을 추진하는 재벌과 은행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올해 주요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수준에 못 미칠 것이 확실시되고 카드 이용액 증가율도 둔화되는 등 신용카드업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카드사들의 주요 수입원인 현금서비스 수수료율과 가맹점 수수료율이 올 들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카드사들마다 수익관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 특히 정부의 규제강화로 신규회원 확보가 어려워지고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높아지면서 상반기 당기순익이 지난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카드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카드업의 성장세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신규 진입을 모색하는 업체가 늘어나는 것은 올해가 카드시장 진입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카드업에 관심을 가진 재벌과 은행들은 하루라도 빨리 카드시장에 진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게 2~3년 뒤 생존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에 이어 롯데가 거액의 영업권 프리미엄을 지불하며 동양카드를 인수하고 SK는 전북은행 카드사업부 지분 인수나 여의치 않을 경우 다른 우회 수단을 통해서라도 카드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유통 및 식품ㆍ음료 등 소비재 분야에 강점을 지닌 롯데그룹은 다양한 제휴력과 500만이 넘는 백화점 카드회원을 무기로 카드시장에서 조기에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열사를 횡으로 묶는 다양한 카드 상품을 개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카드 한 장으로 쇼핑, 외식, 레저 등을 연계하는 시너지를 모색할 것이 예상된다. SK는 1,700만에 달하는 이동통신 고객과 2,000만명이 넘는 OK캐쉬백카드 회원 등을 통해 확보한 소비자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차세대 시장으로 급부상하는 휴대폰 결제시장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확보 금융업으로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포석이다. 한편 대형은행들은 지난 4월 개정된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계열 금융사의 고객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동일 금융지주회사 계열사들의 경우 고객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보험, 증권, 은행 등 관련사 이용고객을 카드고객으로 전환하는데 강점을 지니고 있다.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지주회사는 이미 각각 지난 2월과 6월 카드사를 독립시켰다. 조흥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도 고위 관계자가 장기적으로 금융지주회사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7개에 불과했던 전업계 신용카드사는 내년 초까지 적어도 12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다 비씨카드 소속 12개 회원사가 각자 독자 카드상품을 내놓고 공격적인 영업을 벌이고 있어 20개 이상의 카드사가 경쟁을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난립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각종 할인, 무료쿠퐁, 무이자 할부 등으로 마케팅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경쟁사보다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아파트관리비, 지방세, 대학등록금 수납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케팅 및 영업 비용이 급증하면서 일정 규모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한 카드사들은 2~3년내 생존이 불확실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것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수십개 업체가 난립하다 업종 전체가 위기를 겪으면서 선두업체를 중심으로 재편돼온 종합금융, 리스 등의 전철을 신용카드업계 역시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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