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퀄컴 기술분쟁이 주는 교훈

미국 무역위원회(ITC)가 반도체 업체인 퀄컴이 경쟁사인 브로드컴의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는 이유를 들어 앞으로 퀄컴 반도체칩이 내장된 3세대 휴대폰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ITC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해 10월 미국 연방법원이 퀄컴에 3세대 휴대폰이 통화권역을 벗어났을 때 배터리의 전력 소모를 억제하도록 지원해주는 브로드컴의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면서 화해권고 판결을 내렸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ITC의 결정은 앞으로 60일 이내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가가 있으면 효력을 발생하게 되며 부시 대통령은 이 권한을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위임한 상태다. 상황에 따라서는 퀄컴 반도체칩을 사용하는 우리 제조업체들의 향후 대미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물론 우리 휴대폰 업계에서는 당장 제품 수출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업계는 결국 브로드컴의 특허를 거스르지 않는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수밖에 없어 이미 설계변경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사의 예기치 않은 사태로 새 제품 출시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최근 세계 휴대폰 산업은 급격하게 중국ㆍ브라질 등 신흥시장 위주로 재편되고 있으며 그만큼 우리 기업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더욱이 국내 통신업체들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에 매년 1조원 규모의 로열티를 낼 정도로 기술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따라서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국내 제조업체의 원천기술 확보와 부품 자급률 제고가 시급하다. 그동안 정보통신 업계에서는 공개된 기술이라도 라이선스 문제로 종종 시비가 일어나곤 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제때 대체기술을 개발하지 못하고 생산기지만 해외로 옮기는 전략에 머문다면 결코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없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는 세계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부품 국산화와 함께 기술주권 확립이 절실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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