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난ㆍ가정해체 등으로 아동학대 늘어

경기침체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구조조정과 고 실업으로 인한 부작용의 하나로 아동학대 문제가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어른들이 경제난과 가정해체 등에 따른 스트레스를 아이들을 통해 해소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19일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센터를 통해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모두 2,946건으로 지난 2001년 2,606건보다 13% 이상 늘어났으며 지난 1ㆍ4분기에도 705건을 기록했다. 센터가 활동하기 이전인 지난 98년과 99년 아동상담소나 민간단체에 신고된 건수는 각각 1,238건과 2,155건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서울 송파구 마천동에 사는 이모(37ㆍ주차관리원)씨가 동거녀 아들을 쇠사슬로 묶고 감금한 혐의로 쇠고랑을 차기도 했다. 초등학생인 이모(10)군은 이날 오후 2시간 넘게 쇠사슬에 묶여있다가 이웃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 도움으로 풀려났다. 이 군은 지난 13일 새벽에도 7시간 동안 쇠사슬로 묶여 공포의 밤을 지새워야 했다. 센터는 이 같은 아동학대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경제적인 문제나 실직 등으로 별거와 이혼 등 가정해체 현상이 심화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아직도 일부 부모들은 자식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의식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이 같은 사회적인 현상과 맞물려 아동학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이다. 지난해 신고된 아동학대 사례에서 행위가해자의 직업 중 `무직`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행위가해자가 `무직`인 경우는 전체의 27.7%를 차지했으며 주부와 서비스ㆍ판매직이 각각 10.0%와 8.6%로 뒤를 이었다. 직업이 파악되지 않은 사례도 11.8%에 달했다. 민간단체인 굿네이버스(옛 한국이웃사랑회) 관계자는 “행위가해자가 정신적인 질환이나 특유의 피 학대경험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경제적인 문제나 이에 따른 가정해체 등으로 어린이를 학대하는 사례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찬호 마음누리정신과 원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른 가운데 일부는 사회로부터 경제적으로 학대를 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다”며 “이에 따른 스트레스와 무기력감을 술로 해소하다가 아동학대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도 장기불황으로 아동학대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전국 아동상담소의 아동학대 상담처리 건수가 지난 91년 1,100여건에서 2001년 2만3,000여건으로 10년 만에 21배 가량 급증했다. 특히 `아동학대 방지법`이 제정된 지난 2000년11월부터 1년7개월 동안 62명의 어린이가 부모의 학대로 숨지기도 했다. 이호균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 소장은 “신고되지 않은 아동학대 건수는 신고된 사례보다 휠씬 많을 것”이라며 “아동학대를 줄이려면 건전가장문화운동이나 예비부모교육 등을 실시하는 한편 신고의무자(교사ㆍ담당공무원 등)의 적극적인 신고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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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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