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秀'는 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A+와 수(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에 대해 미국 측 수석대표인 웬디 커틀러와 한국의 김종훈 수석대표가 내린 평가였다. 지난 2일 뜨거운 논란 속에 14개월 동안 진행돼온 한미 FTA는 그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오는 2009년 발효 예정인 이 협상안은 양국 의회 비준만 남겨놓은 상태다. 하지만 양국 의회와 국민들 사이에서는 협상 결과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양측 대표가 1년 넘게 자국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치열하게 벌여온 협상 결과에 대한 자체 평가도 각 이익단체나 입장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일단 이 협정 타결이 한국 쪽에는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 진출 기회 확대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11개 연구기관이 30일 발표한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 내용에 따르면 10년 동안 농업 분야의 상당한 피해 속에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6.0%(80조원) 증가하고 일자리는 34만개 늘어난다는 것. 이는 당연히 우리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했던 근거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경제적 효과가 절대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FTA 기회’를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훨씬 더 늘어날 수도 있고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협상 타결 내용은 김 대표가 ‘수 등급을 받고 싶을 정도’라고 자신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향후 펼쳐질 FTA 시대에 한국 경제가 그 같은 등급(효과)을 획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상 때보다 더 철저한 대응전략을 마련, 실천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의 치밀하고도 효율적인 전략이 절실하다. 정부가 최근 외환ㆍ노동ㆍ세제ㆍ환경ㆍ금융 등 경제제도 전반을 영미식 기준으로 변경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사실은 그런 점에서 일단 고무적이다. 경제 환경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려는 의지인 것이다. 그러나 여전한 반기업 정서와 늘어만 가는 각종 규제 등은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한참 동떨어진 현상이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최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한미 FTA를 경제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면 규제, 노동 환경이 외국과 국내가 같거나 국내가 더 유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의 자세 변화와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할 곳은 바로 기업, 특히 중소기업이다. 글로벌 수준에 올라 있는 대기업들과는 달리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FTA와 관련된 정보, 분석력 등이 뒤져 있고 그에 따라 적절한 대비책 마련이 잘 안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미나 등의 방식을 통한 실질적이고 성의 있는 도움을 줘야 한다. 더불어 요구되는 것은 많은 중소기업인들의 경영 자세 변화다. 기업을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하거나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려는 태도 등 기업가 정신이 상실된 기업주들이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건전한 시장질서를 훼손하고 대다수 기업인들의 경영 의욕마저 갉아먹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 환경이 지배한다면 결코 자유무역 시대, 즉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 기업들과의 사실상 완전경쟁 무대 위에서 각 기업, 나아가 한국 경제가 절대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FTA 시대 글로벌 스탠더드는 글로벌 기업 및 시장과 맞서기 위한 최소 필요조건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산업, 경제 각 주체가 타성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과감한 자세 전환, 즉 개혁적 마인드를 갖춰야만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강력한 경쟁력은 그 기반 위에서 확보될 수 있고 이는 곧 FTA 시대에 당당히 살아남을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秀), A+는 곧 세계 최강을 의미한다. 그것은 결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스스로 성취해야 하는 것이다. FTA 시대에 대한 완벽하고 지혜로운 대비가 정부, 특히 기업인들에게 그래서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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