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벌정책의 새로운 발상/유종근 전북지사(로터리)

미국경제가 1970년대 중반에 극심한 경기침체를 경험하는 가운데 철강·자동차 등 전통적 제조업에 종사하던 굴지의 기업들이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다수의 대기업들은 한가지 업종, 특히 경기변동에 민감한 내구재 제조업을 전문화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여러 업종의 기업들을 인수하여 경영의 다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석유회사가 석유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컴퓨터 관련사업에 뛰어들고 철강회사가 석유회사를 인수하는 등 우리나라의 재벌들처럼 문어발식 확장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은 결국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업에 손을 댔다가 손해만 본 것이다. 그후 1980년대초에 또 한차례의 심한 경기후퇴를 경험하면서 미국의 선각적인 경영인들은 미국경제가 첨단기술과 정보혁명으로 인한 근본적인 구조전환을 시작했다고 판단하고 M&A나 역M&A를 통해 경영의 전문화를 도모했다. 아울러 전문성이 없거나 변화하는 경제환경에 부적합한 부분은 과감하게 처분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적대적 기업인수를 통해 경영의 구조조정이 강요되기도 했다. 불필요하게 부풀렸던 몸집을 줄여 경영의 능률을 향상시킨 것이다. 이같은 일은 정부의 개입없이 경쟁의 압력을 통해 저절로 이루어졌다. 재벌의 사업확장이 무조건 나쁘지는 않다. 그리고 재벌의 사업확장이 사회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 여부를 정부가 정확하게 사전에 판단할 수도 없다. 따라서 재벌의 사업확장을 정부의 인위적인 규제를 통해 억제하는 것보다는 규제개혁을 통해 경쟁을 강화하는 가운데 공정거래질서를 철저히 확립하고 M&A가 활성화되도록 법규를 정비한 후 시장의 자율적 기능에 맡겨야 한다. 선진국에서 보듯이 경쟁이 치열해지면 스스로 또는 타의에 의해 비능률적인 부분을 처분하게 된다. 재벌의 사업확장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것보다는 중소기업이 재벌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면서 중소기업을 잘 키워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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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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