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복잡해지는 동맹관계

애플과는 신 밀월… 구글과는 동지서 경쟁자로


애플의 삼성전자 부품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허 소송이 진행되면서 삼성전자 부품 구매를 축소했던 애플이 미국 이외 지역에서의 특허 소송을 취하하기로 한 후 다시 자사 제품에 삼성전자 부품 탑재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 특히 삼성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과 D램·낸드플래시 분야의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려 나가자 애플이 신제품에 이를 속속 탑재하기로 하면서 양사가 새로운 밀월 관계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차기 스마트폰인 아이폰6S와 아이폰7에 탑재될 모바일 AP인 'A9'의 생산량 70%가량을 삼성전자에 위탁생산(파운드리)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까지 아이폰용 AP를 전량 수주했으나 특허 소송 와중에 애플이 부품 공급처 다양화를 시도하면서 물량의 대부분을 대만의 TSMC에 내줬다. 아이폰6의 경우 TSMC와 삼성의 공급 비율은 6대4 정도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애플의 차기 제품에 탑재될 모바일 AP 생산 물량을 상당 부분 되찾아온 것은 세계 최초로 최첨단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적용해 제품 양산에 성공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14나노 핀펫 공정은 기존 20나노 공정에 비해 전력 소모와 칩 면적을 각각 최대 35%와 15%까지 줄일 수 있고 성능도 20%가량 향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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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현재 60~70% 수준인 14나노 핀펫 공정의 수율을 올 1·4분기 내로 80%까지 끌어올려 생산성을 높인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4나노 핀펫 공정 수율을 크게 끌어올린 것이 애플의 위탁생산 물량 확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면서 "삼성전자의 위탁생산 물량이 최소 60~70%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모바일 AP뿐 아니라 메모리반도체 부품에서도 삼성전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아이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D램의 절반은 SK하이닉스가 공급하고 마이크론·삼성전자 순으로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애플에 모바일 D램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양산에 들어간 20나노 D램을 앞세워 공급량을 늘리면서 조만간 마이크론을 제치고 두 번째 공급사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또 SK하이닉스·도시바·샌디스크 등으로부터 공급받았던 낸드플래시 역시 삼성전자 제품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용 리튬이온 2차전지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SDI도 최근 애플향 제품 공급을 꾸준히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애플이 삼성전자 부품 비중을 다시 늘리는 데는 기술력 면에서 가장 앞서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폰 사양이 갈수록 고급화하는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그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업체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애플과 새로운 밀월 관계로 접어들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바일 AP 위탁생산 물량이 늘면서 만성 적자를 내던 시스템LSI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되고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선전이 지속되면 그동안 10조원을 밑돌던 반도체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이 11조~1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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