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계 목소리 커진다/「비자금사건」이후 낮은자세서 벗어나

◎“규제완화·불황탈출” 국민적 지지바탕/전경련중심 정부정책에 정면반박도『앞으로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정부의 각종 정책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비판기관으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최근 전경련이 출자설립한 자유기업센터의 공병호소장이 센터출범식에서 한 말이다. 그는 자유기업센터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앞으로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정책중 시장원리에 위배되는 것이 있을 경우 즉각적으로 반박하는 자료를 내놓는 것은 물론 대안까지 제시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자유기업센터는 최근 재경원이 내놓은 부실채권 정리기금 신설과 부실채권 전담기구 확대방안에 대해 『국민의 조세부담을 늘리는 또하나의 정부기구 확장에 불과하다』며 제동을 걸었고 정부의 공기업민영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는 즉각 철회를 요청하고 나섰다. 재계의 이같은 모습은 지난 95년 총수들이 줄줄이 법정에 불려가는 비자금 사건이후 지극히 몸조심, 입조심하며 지내왔던 것과는 크게 대조를 이룬다. 최근들어 재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재계의 이같은 목소리 키우기는 지난해 이후 장기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불황과 정권교체기가 맞물려 힘을 받쳐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경기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불황타개의 주역인 기업들의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정부의 각종 규제를 풀어달라는 재계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30대 그룹의 임금동결선언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점이 이를 반증한다. 재계는 최근 경기불황의 근본원인은 고비용·저효율 구조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정부의 각종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이는 국민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후 재계는 경제살리기를 위한 각종 실천방안을 내놓고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공방전에서도 강한 결속력으로 사회분위기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공무원을 10분의 1로 줄일 것을 지적한 「최종현 보고서」를 내놓는 등 정부를 향한 강한 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가 목소리를 키울 수 있었던 또 하나의 근거는 세대교체와 함께 면모를 일신한 전경련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경련은 올해초 최종현회장 3기 연임체제를 맞으면서 회장단을 대거 신세대 총수들로 바꾸어 면모를 일신했다. 정몽구 현대그룹회장을 비롯해 박정구 금호, 박용오 두산,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등이 새회장단에 합류했으며 최근에는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자주 회의에 불참했던 김우중 회장이 빠지지않고 참석하고 있다. 이들 젊은 회장들은 정경유착으로 상징됐던 창업총수 시대와 달리 투명한 대정치권 관계를 선호하고 있으며 젊은 총수들로 구성된 회장단회의는 자연스럽게 힘을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재계가 이처럼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것은 이같은 상황변수 외에도 자율 분위기의 조성, 시장개방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등으로 민간기업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환경변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재계의 목소리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민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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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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