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통합(SI)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SI업체들은 지속적인 정보기술(IT) 경기침체에 최근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대기업들마저 전산투자에 나서지 않아 거래선 다변화와 수익성 극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SI업계는 그 동안 낮은 가격에 손해보다시피 하면서도 매출 확대 등을 위해 수주를 감행(?)했던 공공 부문 물량마저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며칠 전 기자와 만난 국내 한 중견 SI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측에서 무조건 싼 가격으로 ‘후려치는 식’의 입찰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따라서 최근 업계에서는 정부차원의 공공수주 물량의 경우 다른 업체보다 일부러 높은 입찰가를 써내 공공물량 수주를 회피하는 웃지 못할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SI업체들이 지금까지 정부의 싼 입찰가에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달려들었던 것은 향후 보다 큰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사전포석’의 경향이 짙었다. 하지만 수익성 강화라는 ‘발등의 불’ 앞에서는 이제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한 SI업체의 경우 내부조사 결과 최근 3년간 공공 부문에서 수백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나 업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또한 공공 부문의 경우 대규모 프로젝트가 많아 사전 제안서 작업에만도 수억원의 비용이 지출되지만 정작 낙찰에 실패하더라도 이에 대한 저작권은 정부가 갖고 있어 해외 진출시 걸림돌이 되는 것도 문제다.
이에 따라 국내 SI업체들의 경우 올 들어 공공 부문에 대한 영업ㆍ개발인력을 상당 부분 다른 분야로 돌리고 있어 앞으로 전자정부시스템을 비롯,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IT프로젝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SI는 경영적인 측면 외에도 업계 특성상 대규모의 인력을 투입해 개발ㆍ운영하는 시스템이어서 주요 업체들의 경우 1조원대의 매출에도 불구하고 6,000~7,000명의 직원을 확보하고 있는 등 고용창출과도 직결된 산업이다.
정부는 국내 IT산업의 발전과 고용확대를 위해서라도 SI업계를 육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