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기업군을 거느린 일본의 종합상사가 변하고 있다. 종합상사 역사가 우리보다 30여년 앞선 일본은 이미 60년대에 종합상사 무용론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일본 경제의 버팀목이다.
하지만 일본의 종합상사들 역시 과거의 수출 대행 등 단순 경영 전략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휩싸여 있다. 따라서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경영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체와 차별화 서둘러
이토추상사의 니와 사장은 최근 "우선 행동부터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현지 법인망을 통해 글로벌 경영에 나선 상황에서 수출 대행 업무만으로 종합상사가 살아 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마켓메이커
▲뉴미들맨
▲밸류에디터라는 새로운 역할론을 경영 목표로 삼고 제조업체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마켓메이커는 기존의 수출 대행업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판매자와 새로운 구매자를 소개해 거래를 성립시키고 가격 이외의 여러 정보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뉴미들맨은 기존의 단순판매대리인의 역할에서 구매대리인으로 변화해 수출 뿐 아니라 수입업자로서의 기능을 강화, 내수 시장을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 사업을 종합적으로 모듈화 시켜 재창조하는 밸류에디터로서의 기능을 강조하는 것도 일본 종합상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21세기 종합상사 역할이다.
◆사업다각화 통한 글로벌 경영전략
일본의 종합상사들이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종합력`이다. 비즈니스 인프라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애기다.
마끼하라 미쓰비시상사 사장은 최근 "정보기능의 확대와 금융기능의 확충으로 선행투자를 활성화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기업금융업무를 종합상사의 주요업무로 추가해 신생기업에 투자 후 이익을 확보하고 투자기업에서 생산된 재품을 수출해 종합상사 본연의 중개업무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일본 종합상사의 변화는 시대상황에 맞는 경영인프라 구축을 통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또 한 분야 경력이 20년 이상인 전문인력들이 전진 배치돼 수출 중개는 물론 해외 기업인수나 투자 업무를 직접 관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투자법인을 직접 찾아가 감사를 실시하는 `실사원칙`과 회계의 투명화를 위한 재무관리 시스템 도입 등으로 신뢰 경영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일본 과연 모범답안인가
일본의 종합상사는 60년대 수출대행 업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수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한국 종합상사의 수출비중은 전체 매출의 7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13~15%선에 그치고 오히려 수입이 19~21%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이 일본 종합상사들이 수출보다 수입 비중을 높이는 것은 매출보다는 이윤극대화 전략을 펴면서 마진율이 높은 수입을 통한 내수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출 역군인 한국의 종합상사들도 수입업자로 변화해야 하는 것인가. 이에대해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은 단호하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일본 종합상사들이 수입에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은 일본의 내수시장 규모가 우리의 10배에 달해 제조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며 "수출에 전념해야 할 우리나라의 종합상사들이 일본을 모방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일본 종합상사의 경영혁신이나 사업다각화, 수출 수수료율이 높은 삼국간 무역확대 등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