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외주전문 채널' 신설 재고를
유삼렬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유삼렬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최근 문화관광부가 외주제작사의 유통시장 활성화 및 지상파방송 중심의 방송영상산업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추진 중인 ‘지상파 외주전문 채널 설립’에 대해 반대의 여론이 만만치 않다.
과연 외주전문 채널의 설립이 지상파 독과점 구조 개선에 대한 해결책이 될 것인지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한편으로는 지상파 채널이 하나 더 늘어나면서 현 방송3사의 지배력을 완화시키는 데 일조할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구조적으로 독립 제작사에 대해 큰 힘을 발휘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게 될 제4의 지상파 채널로는 현재의 불공정한 방송시장을 더욱 고착시킬 소지가 높다.
게다가 운영재원 마련에 있어 국가기금에서 벗어나 점차 광고에의 의존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은 현재의 왜곡된 광고시장을 더욱 기형으로 만들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지상파의 광고 점유율이 이미 85%가 넘어 나머지 15%의 광고시장을 놓고 200여개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비롯한 다른 매체들이 사활을 걸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주전문 채널 신설은 결국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지상파 채널의 증가와 다름없다.
또한 수많은 독립 제작사들이 제한된 편성시간에 맞춰 프로그램을 납품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고품격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대거 나올 것이라는 생각 역시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새롭게 설립되는 채널이 진정 현재의 독과점 방송시장구조를 타파하는 데 기여하려면 충분한 사회적 합의하에 공영체제가 아닌 민간인 주도의 기업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송위원회는 최근 외주제작 정책개선 세부 추진안을 통해 제작비 현실화와 저작권 소유 개선 대책안을 발표했다. 표준계약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외주제작 실태보고서 및 인정기준 도입, 적정 의무편성비율 산출을 위한 연구과제 수행 등을 통해 올 가을부터 지상파 방송사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문화부의 외주전문 채널 설립에 분명히 반대를 표명한 것으로 현 외주제작 의무 비율은 이미 충분하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상파 네트워크가 쥐고 있는 편성 및 제작여건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상파 3사의 경쟁구도를 분산시킨다는 이유로 외주전문 채널을 신설한다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신규 채널의 설립은 지상파 3사를 당장 긴장시킬 수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특히 케이블TV와 같은 소수 매체에게는 커다란 위협이 되는 동시에 지상파 독과점체제를 심화시키는 도구로 전락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 시점에서 신규채널의 설립은 정부 부처간 합의 없이 이뤄진 성급한 결정이며 먼저 지상파 독과점 시장구조가 개선된 후 채널이 신설돼야 바람직하다. 외주제작 활성화의 문제는 제작비와 왜곡된 방송시장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4-08-23 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