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2009년 뉴질랜드산 쇠고기 수입 전면 금지하기도
세계 최대 할랄 시장인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가 포함된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과 한·터키 FTA 협정문에 할랄 무역과 관련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조항이 한 줄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정부가 할랄 식품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무역 분쟁에 대처할 수단이 없다는 뜻이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규범에도 명확한 조항이 없어 할랄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8일 “WTO 협정에 따라 할랄 인증이 무역규제가 될 수 있다고 (WTO에) 통보한 곳은 2013년 아랍에미리트(UAE) 한 곳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WTO 무역규범에는 할랄 인증과 관련한 분쟁이 위생검역(SPS)과 기술장벽(TBT)인지가 구분돼 있지 않아 분쟁이 발생하면 처벌이나 제소가 가능할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는 할랄 인증이 비교적 최근에 이슬람 국가와 민간단체들을 중심으로 확대돼 관련 규정 자체가 국제 무역규범에 반영이 안 됐기 때문이다. 할랄 수출품이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해당국이 수입을 막으면 국제기구 등에 제소할 방법은 없다. 할랄 무역은 수출이 늘수록 수입국의 보호무역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우려는 실제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인도네시아 정부는 뉴질랜드산 쇠고기가 이슬람 율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인도네시아는 당시 코란에 ‘알라의 이름으로 도살되지 않은 고기는 먹지 말라’고 적힌 구절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종교를 내세워 식품 수입을 금지한 것이다. 말레이시아도 할랄 허브 전략의 일환으로 수입국에 자국 할랄 인증을 요구하는 등 암묵적 무역규제로 활용하고 있다.
할랄 식품 수출을 위해 받아야 하는 인증은 기준이 까다롭고 국가, 인증기관마다 제각각이라 언제든 시비가 될 수 있다. 가령 바다에서 난 생선은 먹을 수 있는 할랄 제품인데, 양식 생선은 동물성 사료를 먹는다는 이유로 하람(식용금지)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마저도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지역·기관별로 다르다.
축산과 가공 과정은 더욱 까다롭다. 사육할 때는 이슬람 율법상 금지된 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할랄 사료, 할랄 치료제만 사용해야 하고 도축 때는 정신과 신체가 건강한 무슬림이 경동맥과 정맥·기관·식도를 단숨에 잘라 숨을 끊어야 한다. 여기에 제품 생산과 유통라인을 따로 구축하고, 유통 때도 비할랄 식품과 따로 진열해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할랄 시장 진출이 어렵다. 정부 관계자는 “수입국이 기본적으로 수입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생 기준에 맞춰서 수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