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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건축물 부문 주제, 오래된 미래 : 나만의 우리

골목길·마당·마을… 잊혀져가는 가치 재발견

총 292점이 출품된 계획건축물 부문은 3차례에 걸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최종 수상자를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이 지난 7월 진행된 2차 심사에서 작품 패널과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신춘규 심사위원장 씨지에스 건축사사무소 대표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는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의 모습일까. 거창한 비전과 전략을 다룬 도시계획이나 재개발이 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오히려 도시의 다양성과 생명력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특히 아파트 단지로 대변되는 우리 도시의 재개발 방식은 시간을 두고 켜켜이 쌓아올린 인간들의 삶의 모습과 역동성을 단순한 거대 계획으로 사라지게 하고 도시를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근대 건축의 대표적 이론가인 지그프리드 기디온이 '공간, 시간, 건축'에서 근대의 시간과 공간의 해석을 통해 근대 건축을 설명했듯이 일방향적이고 발전적인 시간 개념 안에서의 개발에 대한 대안으로 역설적인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지역적 공공성을 지닌 도시와 건축을 발견하고 제안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4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오래됐지만 의미 있는 가치로 가득 찬 지속가능한 미래, 다양한 개별적 가치가 공존하는 공공성이 살아있는 도시와 건축을 그려보기 위해 계획건축물 부문의 주제를 '오래된 미래 : 나만의 우리'로 정했다.

지속 가능한 미래는 오래된 것들에 있다.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해서는 실제로 그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의 일상의 흐름, 그들의 네트워크, 삶의 터전, 생활방식에 대해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다른 가치로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나쳤던 작은 것들을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둘러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역사보다는 오늘의 일상에서, 전통의 답습보다는 오래된 것의 재창조에서, 새로운 것의 발명보다는 잊혀가는 장소의 발견에서 그 힌트를 찾아야 한다.

라다크의 오래된 지역 공동체에서 세계화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를 보았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혜안처럼 도시의 획일적이고 배타적인 개발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우리의 오래된 도시 속에서 찾아봐야 할 것이다.

지역적 공공성은 전체적인 가치뿐 아니라 각 지역의 장소적 개별적인 가치들이 존중받을 때 생겨난다. 지역적이며 개별적인 가치가 숨쉬기 위해서는 개발의 논리에서 배제됐던 느린 것, 작은 것, 소외된 것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체적인 도시에서 작은 구역으로, 지역에서 작은 마을로, 군주의 광장에서 주민의 마당으로, 자동차를 위한 도로에서 일상의 삶이 녹아있는 골목길로 눈을 돌릴 때 잊혀가던 공공의 가치를 다시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대지는 실제 대지를 원칙으로 하고 도시와 지역이 직면한 문제를 고민하고 도시와 지역보다는 작은 구역과 마을로 눈을 돌려 지속가능하고 공공성을 지닌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장소를 대상으로 한다. 특히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오래된 건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가는 장소, 도시의 틈새와 같은 숨겨진 공간들, 산업의 변화나 행정조직의 변화에 의해 버려지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지 못해 주저앉은 공간들이 주제를 적용하기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


주변 현실에 대한 성찰로 깊이있는 건축 작품 빚어

■ 계획건축물 부문 심사총평
신춘규 <심사위원장 씨지에스 건축사사무소 대표>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건축물부문의 주제는 '오래된 미래 : 나만의 우리'로 지속가능성과 공공성에 대한 물음에 답하는 계획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이 현실을 기반으로 주변을 면밀히 관찰하고 문제의식을 갖기를 기대했는데 상당수 작품들이 합당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성실하게 문제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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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심사하는 원칙은 우선 주제에 대한 충실성에 뒀다. 훌륭한 결과물에도 불구하고 주제에 맞지 않거나 주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한 경우에는 과감히 배제했다. 이번 주제는 건축하는 과정이 우리가 속한 현실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상기하는 것으로 그에 합당한지 여부를 꼼꼼히 들여다봤다.

다음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건축적 전략을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 적합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합당한 건축적 언어로 풀어내지 못한다면 의미가 반감될 것이다. 그 도시 혹은 지역에 내재된 잠재력을 주제에 맞게 적확한 건축적 어휘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한 표현의 적절성과 건축계획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봤다. 심사의 후반으로 갈수록 더 중요해진 항목으로 최종적인 결과물이 구체적으로 주제를 어떻게 녹여내고 있는지, 내용과 형식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등 결과의 구체적인 완성도도 심사의 중요한 포인트였다.

1차 심사를 통과한 작품들은 각각의 도시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도시의 잠재력을 찾아내고 그에 대응하는 전략을 제시한 수작들이었다. 1차 심사를 통과한 몇 작품은 최종 결과물을 모두 만들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제시한 시간에 제출하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2차 심사대상에서 제외했고 이미 1차 심사에서 그 수준을 인정받은 작품이기 때문에 입선을 주기에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2차 심사를 거쳐 3차 프레젠테이션 심사에 오른 작품은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취지와 주제에 부응했고 건축적 완성도가 높았다. 상당한 수준의 작품들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는데 주제를 건축화하는 전략의 타당성과 그것을 풀어가는 치열함, 그리고 최종적인 완성도를 기준으로 최종 수상자를 선정할 수 있었다.

대상으로 뽑힌 '새로운 도시의 향수-아리랑 마을시장'은 기존 도시조직이 가지는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새롭게 해석해 내 지속 가능한 마을 조직을 만들어 냈다. 과도한 계획보다는 기존 조직을 잘 활용했고 형태에서 재료까지 기존 시장 조직과 잘 조화가 되도록 세심히 신경 써서 계획한 부분이 돋보였다. 특히 계획의 완성도 면에서 심사위원들이 놀랄 정도의 밀도 있는 결과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각각 다른 대지와 주제를 가진 건축계획 작품을 심사해서 순위를 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심사기간 동안 심사위원들의 부주의로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작품이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했고 심사위원들 간의 끊임없는 토의로 당선작을 선정해 나갔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건축물 부문에 참가해 수준 높은 결과물들을 만들어 낸 모든 참가자들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주제를 선정하면서도 기대했듯이 젊은 건축학도들이 우리 주변 현실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을 가진 건축으로 건축계의 미래를 열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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