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본은행 총재 '초유의' 공석 위기

참의원, 무토 총재 임명 동의안 부결시켜<br>정부 재제출 시사 불구 번복 가능성 없어<br>"국제 금융시장에 파장 적지 않을것" 우려

일본이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 총재의 임기만료를 일주일 남겨둔 12일까지 차기 총재를 결정하지 못함으로써 중앙은행 총수의 공석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세계 2위 경제국 일본의 중앙은행이 마비상태에 빠지면서 파장이 적지않을 전망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야당이 다수인 참의원(상원)은 이날 오전 정부가 차기 일본은행 총재로 지명한 무토 도시로(武藤敏郞ㆍ64) 일본은행 부총재의 총재 임명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이날 참의원 본회의에서 민주당과 공산당ㆍ사회민주당ㆍ국민신당 등 야당은 “재무성 출신 인사를 중앙은행 총재로 기용하면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무토 총재 동의안에 반대, 출석의원 235명 가운데 반대 129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시켰다. 일본은행 총재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 양원 모두의 동의를 모두 얻어야 한다. 야당이 무토를 반대한 것은 그의 경력과 성향 때문. 무토는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1966년 대장성(현 재무성)에 들어가 주계국장(회계국장)ㆍ재무차관 등을 지냈다. 2003년 3월 일본은행 부총재에 지명됐는 데 민주당은 당시에도 그가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한바 있다. 그동안의 친정부적 태도로 봐서 총재 취임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11일 청문회에서 무토는 “금융정책에 있어 투명성과 국민ㆍ시장과의 대화가 중요하다.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제대로 확보하겠다”며 야당의 양해를 구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무토 일본은행 총재안이 부결되면서 일본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그동안 무토를 ‘최고의 총재감’이라고 치켜세워온 터여서 갑자기 지지를 철회하고 대체 인물을 찾기는 어렵고 시간도 촉박하다. 12일 오후 정부는 무토 인사동의안을 다시 제출할 것을 시사했지만 참의원 결의가 번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2차대전 이후 일본은행 총재가 자리를 비웠던 때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행 총재의 공석은 글로벌 금융계에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에 의한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이 여전한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미국ㆍ유럽의 중앙은행이 지난해에 이어 11일 또다시 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는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서도 여야의 대립이 극렬해지면서 경제혼란으로 이어지는 불안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일본은행은 총재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부총재가 직무대행으로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참의원은 이날 부총재 2명의 동의안도 처리했는데 이중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ㆍ58) 교토대 교수는 여야 모두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으나 이토 다카토시(伊藤隆敏ㆍ57) 도쿄대 교수는 야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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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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