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공식 출범한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은 '선 경제성장, 후 극우정책 실현'을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신임 총리는 지난 총선에서 헌법개정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일련의 극우공약을 내걸어 압승했고 이를 위해 새 내각의 진용을 짜는 과정에서 '독도 저격수' '위안부 망언 제조기' 등으로 악명 높은 극우인사들을 대거 기용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경제성과 없이는 내년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아베 정권은 경기부양에 매진, 이를 바탕으로 선거에서 승리하면 우경화 정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정권은 시급한 민생현안인 경제부흥을 위해 '관저(총리) 주도 경제정책 일원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탈디플레이션과 엔고탈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총리실이 직접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로 한 것이다.
또 경제정책 결정과정에서 여당인 자민당의 역할을 대폭 축소시켰다. 대신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정고당저(政高党低)'식 정권운영으로 신속히 정책을 결정할 계획이다.
경제관료들 역시 모두 아베 총리의 최측근들로 구성했다. 새 내각의 핵심인 부총리 겸 재무ㆍ금융상은 후원자인 아소 다로 전 총리가, 경제재정ㆍ경제재생담당상은 아마리 아키라 전 경제산업상이 맡았다. 이들은 아베 정권 경제정책의 두 바퀴격인 경제재정자문회의와 경제재생본부를 직접 관할한다. 자문회의는 벌써 일본은행(BOJ) 총재에게 회의참석을 종용하는 등 아베 정권의 목표인 '2% 인플레이션' 달성을 위해 중앙은행에 대한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향후 아베 정권의 또 다른 경제공약인 세제와 사회보장 개혁도 주도할 예정이다.
반면 아베 정권은 지난 16일 총선 승리 이후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는 극우 발언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여대야소 정국을 만들 경우 극우 군국주의의 본색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아베 총리는 이번 내각에서 주변국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극우 선봉장들을 전면 배치했다.
문부과학상을 맡은 시모무라 하쿠분 의원과 신임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인 후루야 게이지 의원, 신임 방위상인 오노데라 이쓰노리 의원, 신임 총무상인 신도 요시타카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교과서 검정 및 개정을 주도할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은 2007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종군위안부의 존재를 부인하며 "부모가 딸을 파는 일이 있었을 뿐 일본군이 관여한 적은 없다"고 발언해 국내외에서 파문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또 신도 총무상은 독도 방문을 강행하다 우리 정부로부터 입국이 거부됐던 전례가 있다. 후루야 국가공안위원장도 미국 위안부 기림비 철거를 주장한 적이 있어 향후 한국 등 주변국과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