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어정쩡한 한은의 금리 동결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현수준인 3.2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8개월째 동결로 이번에도 경기회복을 우선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만만하지 않은데다 금통위 직전 정부의 압력성 의견표명 등으로 볼 때 이번 결정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크다. 경기회복 조짐이 확실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은의 동결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경제성장률 목표는 5%에서 4%로 낮춰졌고, 한은은 3.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상황이 안 좋은 것이다. 이런 판에 금리를 올리게 되면 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저금리의 효과보다 부작용이 부각되고 있는데다 금리인상 요인이 점증하고 있다는 점은 깊이 따져볼 문제다. 저금리는 당초 기대와 달리 경기활성화에 거의 도움이 되지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시중 부동자금을 늘려 부동산 열풍을 불러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은은 아직은 통화정책 면에서 직접 대응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부동산 안정을 위해서는 부동자금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다 국제유가의 사상최고가 행진, 미국의 금리인상 추세 등 금리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 유가급등은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그동안 약세였던 환율이 최근 들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유가급등 충격의 완충효과마저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또 미국이 현재 우리와 같은 수준인 연방기금 금리를 8ㆍ9월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여 금리차 역전에 따른 국내외 자본의 유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효과도 없는 경기부양을 이유로 저금리 기조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번 결정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정부의 압력이다. 금통위 개최 며칠 전부터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금리인상 불가를 잇따라 외쳤다. 심지어 금리인상은 절대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까지 했다. 이래서는 시장의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없고 통화정책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한은도 소신 있게 움직여야 한다. ‘재경부 남대문출장소’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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