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日, 불황탈출 '비상구'가 없다

경기 5개월재 하락… GDP.도매물가등 각종 지표 '빨간불'>>관련기사 엔 평가절하땐 3국수출 치명타 '3년 전 하시모토 개혁의 재연(再演)이 아닌가.' 일본 경기가 예상보다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의 구조개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을 각오한 '고이즈미 개혁'이 자칫 지나친 경기 악화를 초래, 3년 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내각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자민당 간부들은 참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사방에 칼날을 들이대는 고이즈미 개혁에 대해 불안감을 드러낸다. 14일 정부가 내놓은 6월 중 월례경제보고서는 일본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 경기 판단이 5개월 연속으로 하향조정됐다. 지난해 3월 후 줄곧 쓰여온 '자율적 경기회복'이라는 표현이 사라진 것은 물론 정부가 월례경제보고에 '경기 악화'라는 표현을 쓴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경기가 후퇴하고 있음을 정부가 사실상 공식 시인한 셈이다. 앞서 발표된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1ㆍ4분기 중 연율 0.8%의 마이너스 성장에 그쳤고 경기동향지수는 3개월 연속으로 기준치를 밑돌았다. 일본 은행이 집계하는 도매물가지수는 5월까지 8개월 연속으로 하락, 디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97년 하시모토 당시 총리는 일본의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국채발행을 줄이고 공공사업비를 절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재정구조개혁법을 마련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된 재정개혁은 이후 일본 경기를 한층 깊은 침체로 빠뜨렸다는 비난 속에 결국 하시모토 내각의 몰락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때문에 최근 경기가 후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일련의 지표가 발표되자 일부에서는 정부가 경기부양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 개혁안이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주식시장도 일본 경기의 불투명한 앞날과 개혁의 성과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12일 약 2개월 만에 1만3,000엔대를 밑도는 수준에서 장을 마감, 이후 크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고이즈미 내각은 앞으로 2~3년 동안 구조개혁을 집중적으로 추진해 경제의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저성장을 각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조개혁에 일시적인 통증이 따르지만 구조개혁 없이는 경기 회복도 불가능하다는 총리의 주장에 대해 일본인들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 기간 중 지나친 경기 악화로 기업들이 연달아 도산하고 새로운 부실채권이 누적될 경우 경기가 장기 침체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 삭스 도쿄지점은 일본의 대형 시중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완전 해소하는 데 적어도 8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 정부의 개혁 일정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성 장관 등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취약한 일본 경제가 성장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에 전념해야 한다"며 일본 경제가 이제 "마지막 터널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이 정부의 기대대로 2~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마지막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둠을 오래도록 헤매게 될지는 미지수. 구조개혁 속에서도 안정된 경제를 유지해야 하는 고이즈미 정권의 어깨는 갈수록 무거워진다. /도쿄=신경립기자 klsin@sed.co.kr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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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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