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의 중국 공략 역사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2년 중국 지사 설립 후 1994년 선양 공장 가동과 함께 중국 시장에 첫걸음을 뗐다. 2002년 상하이 공장 준공으로 중국 사업은 본궤도에 올랐고 이후 중국 경제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지난 5년간 연평균 30% 이상 고공 성장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거둔 매출액만 3,387억원으로 해외 매출액(5,399억원) 중 62.7%를 중국에서 거둔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이 2010년 공표한 '2020년 원대한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중국을 핵심 시장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 시장 안착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진출 후 10년 정도는 무명 브랜드의 설움을 견뎌야 했고 최근 10년간은 엄청난 공을 들였다. 지난 10년간 서경배 회장의 중국 출장 횟수만도 120여회에 달한다. 한 달에 한 번꼴이다. 2002년 기회를 잡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상하이의 프리미엄급 백화점인 팍슨에 라네즈 브랜드가 입점된 것. 하지만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후미진 2층 에스컬레이터 뒤쪽 공간에 매장을 꾸려야 하는 굴욕을 맛봤다. 서 회장은 이를 악물었다. 현지인 밀착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고 결국 라네즈는 국내 매출보다 중국 매출이 더 많은 브랜드가 됐다. 라네즈에 이어 설화수의 중국 출시는 아모레퍼시픽에 날개를 달아줬다. '고급 한방 화장품'이라는 콘셉트가 중국 소비자를 파고들었고 현재 설화수는 팍슨백화점에서 랑콤·시슬리 등과 상위권에 올라 있다. 또한 2012년·2013년 연이어 중국으로 건너간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는 한류를 업고 젊은층이 가장 선호하는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해가 갈수록 승승장구 중이지만 서 회장은 새로운 고민에 직면했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약진이다. 그는 "올 들어 중국 내 화장품 생산량에서 중국 기업의 비중이 50%를 넘어섰다"며 "이제 진짜 경쟁 상대는 미국이나 유럽 화장품이 아니라 중국 토종 업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상하이 뷰티사업장을 세우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상하이=김민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