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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지낸 정재정(64·사진)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하나같이 다 아베(총리와 같은 생각을 지닌 것)는 아니다"라고 5일 말했다.
정 교수는 이날 도쿄의 주일본 한국대사관에서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에 대한 기대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현재의 양국 관계가 지난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정도가 됐다고 진단하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요즘 한일 관계에 관한 언설(言說)을 보면 사실을 그대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선입견과 편견이 많이 반영돼 있다"며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네 가지 부속협정 이후 양국 행보 가운데 주목해야 할 것들을 소개했다.
정 교수는 당시 조약·협정이 지금 우리의 관점에서는 '대단히 불만스러운 것'이지만 일본이 1965년에는 사죄하지 않았던 식민지배 문제에 관해 무라야마담화(1995년), 한일공동선언(1998년), 간 나오토 담화(2010년) 등으로 사죄의 뜻을 점차 분명히 밝혔다고 되짚었다.
또 3세 이하 재일 교포 영주권 부여 등을 밝힌 '재일 한국인의 법적 지위와 처우에 관한 각서' 서명(1991년), 한일 양국 정부의 사할린 교포 귀국 사업, 한국인 피폭자 지원, 조선왕실 의궤 반환(2011년), 1965년 당시와 비교한 한일 관계에 관한 교과서 역사 기술의 변화 등을 거론했다.
정 교수는 "이 과정에서 재일 교포 등 당사자의 피나는 투쟁과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 등이 있었다"며 "전후 처리에서 부족했던 것을 후에 양국 정부가 싸우고 타협하면서 조금씩 개선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상대를 설득할 때 무조건 '당신들이 안 했다'고 하기보다는 '이런 것을 좀 했는데 이런 것은 부족하고 이런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설득하는 것이 좋다"며 한국과 일본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현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정 교수는 아베 신조 정권의 역사 인식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해 1990년대 이후 일본 사회에서 일종의 반동적 흐름이 등장했고 이것이 주류가 될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현재 한국을 둘러싼 상황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고래가 우글거린다는 점에서 20세기 초와 비슷하지만 한국은 더는 '새우'가 아니라 '돌고래'라고 비유했다. 정 교수는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이 새우라 착각해 주변만 탓하거나 혹은 고래라 생각하고 일본을 무시하는 오류에 빠지지 말자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