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신흥국 사분오열

인도네시아 "엔저 지지" 브라질·러시아 "위험"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선진국의 무제한 양적완화에 힘을 합쳐 이를 규탄해야 할 신흥국이 오히려 사분오열의 양상을 보였다.


우선 인도네시아가 일본을 두둔하고 나섰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부총재인 히타디 사르우노는 "일본의 회복을 이끄는 엔화 환율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일본 내수시장이 살아난다면 인도네시아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태국의 네이션지는 "인도네시아가 제조업 부품을 상당 부분 일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엔화 약세는 부품 수입 물가를 낮춰 인도네시아에 득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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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의 맏형 격인 중국은 애매한 입장만 취하며 선진국 주도의 이번 G20 공동성명을 사실상 묵인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재무부 차관인 주 주양차오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는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3조 3,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쥐고 있는 중국 역시 (미국 경제의 회복을 더 바라고 있어) 선진국 편에 섰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은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비난할 처지가 아니다.

반면 환율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한 국가는 브라질과 러시아에 불과했다. 지난 2010년 '환율전쟁'이라는 표현을 처음 쓴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넘치는 돈이 신흥국으로 흘러들어 통화강세와 거품을 일으키며 신흥 수출국들을 위협하고 신흥국으로의 투자흐름도 왜곡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15일 다우존스뉴스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도 "환율정책을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번 G20 공동성명을 반박하기도 했다.

G20 회의 직후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도 "글로벌 재균형(rebalance)은 환율조정 대신 다른 수단으로 성취돼야 한다"며 선진국들을 겨냥해 "몇몇 국가들은 느슨한 통화정책이 종국에 가져올 위험성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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