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실社 조기정리 시장충격 최소화

예보, 저축은행·신협 264곳 영업정지 요구 방침예금보험공사가 잠재적 부실규모가 큰 신협과 저축은행 260여곳에 대해 무더기 영업정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어차피 문을 닫을 회사를 방치하기보다는 조기에 정리함으로써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부실 금융회사에 추가로 쏟아부을 공적자금도 얼마 남지 않은데다 내년부터 조성하기로 한 신예금보험기금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조차 없는 등 재원 마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업정지 요구배경 내년 1월 출범할 예정인 신기금은 금융회사로부터 일반보험료를 받아 금융회사 파산시 예금지원 등 종전 보험사고 업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남아 있는 금융회사의 부실규모를 처리하기에는 신기금에 대한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행 예금보험기금 잔액은 공적자금 손실액을 메우기 위한 공적자금청산기금으로 전환되며 소요자금은 금융회사들로부터 특별보험료를 받아 운영된다. 그러나 현재 금융회사들이 공적자금청산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조성된 0.1%의 특별보험료 부과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특별보험료를 부과하는 대신 향후 신기금의 유일한 자금줄인 일반보험료를 현행보다 0.5%포인트 가량 인하해주는 문제를 검토하는 등 신기금 재원 마련에 대한 방안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외부조달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00년 대투에 공적자금 4조9,000억원을 투입할 당시에도 대출금리가 높은 등 차입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예보 입장에서는 향후 신기금의 건전성 확보 여부가 신뢰도ㆍ위상 등은 물론 차입조건과 직결되는 것을 감안할 때 부실회사 처리가 시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예보는 ▲ 올 하반기 중 부실한 저축은행 20곳과 신협 244곳 등 총 264군데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취하거나 ▲ 신기금에서 잠재부실 처리에 필요한 자금을 신기금 출범 초기에 배정해달라는 2가지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 금융당국 받아들일까 저축은행의 경우 부실규모가 큰 20개사 중 자구계획을 내지 못하는 곳에 대해서는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협의 경우 240개가 넘는 조합에 대한 일시적인 조치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행 감독규정상 저축은행의 경우 BIS비율 4% 미만인 경우 경영정상화 계획 실현 여부를 가늠한 뒤 영업정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신협의 경우 신협중앙회가 부실조합에 대한 여부를 파악한 뒤 금융당국과 협의 후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신협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은 즉각 정치권의 반대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아직 공적자금 손실규모에 대한 상환대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처리문제가 표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부실에 대한 개연성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전체 공적자금 손실분에 대한 대책이 세워지지 않아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축은행, 신협 제2의 유동성사태 올까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수용 여부를 떠나 수년간 구조조정을 거친 금융계에 자본구조가 취약한 저축은행과 신협이 260개에 달한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98년 이후 각종 불법 출자자 대출사건으로 90개가 넘는 곳이 문을 닫으며 절반으로 줄었다. 신협도 같은 기간 동안 340개에 달하는 조합이 퇴출당했지만 아직까지 1,200개가 넘는 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업계의 30% 가량이 부실한 곳이 있다는 사실은 고객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켜 자칫하면 제2의 유동성위기를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말까지 260개가 넘는 금융회사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행될 경우 시장의 신뢰상실 우려감이 증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00년 말에도 출자자 불법대출 관련 금고에 대한 추상적인 소문으로 도미노 영업정지 현상이 가속화했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는 부실한 회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조속히 시행돼야만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2000년 말 금고사태와 연결해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고객신뢰를 한순간 무너뜨릴 수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부실한 곳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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