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자유치 빛과그늘] 2. 국내시장 주무르는 외국인

[외자유치 빛과그늘] 2. 국내시장 주무르는 외국인 투명경영 강화됐지만 외국인이 증시 쥐락펴락 "쇄국이냐""개화냐" 6.25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이었던 IMF를 겪은 지 4년째 접어들면서 다시 이 같은 논쟁이 불붙고 있다. IMF 이후에 외국계 자금들이 멕시코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급속히 영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상장사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IMF체제 1년 전인 지난 96년 12.97%에서 2000년에는 30.08%로 배 이상 급증했다. 신한은행ㆍ주택은행ㆍ삼성전자ㆍ포항제철 등은 외국인 지분율이 모두 50%를 넘어섰다. 한미ㆍ하나ㆍ국민 은행, 굿모닝ㆍ메리츠ㆍ일은ㆍ리젠트ㆍ서울ㆍKGI 증권 등 많은 금융기관들의 대주주가 외국계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도 급증했다. 외국인들이 순매수를 보이느냐, 순매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주가가 춤을 추고 있다. 당연히 한국주가가 나스닥지수 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이 일상사가 돼가고 있다. 하지만 외자유치는 여전히 우리에게 해악이 되기보다는 도움이 된다는 것이 대세다. 아직도 수많은 구조조정을 남겨둔 상황에서 외자유치가 불가피하지만 고질적인 한국의 병패들을 고치는 데는 외자유치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다만 외국계 회사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추종해 국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다든가,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이 경영권을 위협할 가능성 등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인투자로 달라진 주식시장 주식시장의 투명성이 옛날에 비해 견주지 못할 정도로 강화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장사나 등록기업들이 대기업 계열사나 오너를 지원하는 나쁜 관행을 보일 경우 주식을 대량 매도해 철퇴를 놓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9월께 LG전자와 LG화학이 그룹 오너가 보유하고 있던 LG칼텍스 등 계열사 주식을 높은 가격에 사주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식을 대량 매도, 주가가 한달여만에 50% 가량 추락했다. SK텔레콤이 유상증자로 벌어들인 돈으로 SKC 등의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자 외국인들이 대량 매도를 한 것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이 주주보다 오너의 이익을 추구할 경우에는 가차없이 매도하고 나서는 것이다. 정태욱 현대증권리서치센터 이사는 "외국인이 시장에 없을 때는 투명성에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해 견제하는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도 이 같은 현상이 크게 늘자 예전에는 아무런 문제로 여기지 않던 경영권의 투명성 문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이에 따라 경영자들도 주식시장을 두려워하고 투자자들을 존중하기 시작했다. 거들떠 보지도 않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을 대하는 모습도 IMF 이전에 비해 판이하게 바뀌었다. 주식시장에서는 투신사들도 과감한 외자유치를 통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리안츠ㆍ템플턴 등 일부 외국계 투신사들이 들어와 있지만 세력이 미미한 상황이다. 제일투신과 현대투신이 외자유치를 해 외국계에서 경영을 맡을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사실 투신업계는 그동안 정부의 그늘 아래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던 것이 부실을 불러온 가장 큰 요인이라 분석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A증권사 K이사는 "그동안 투신업계의 대표를 맡았던 사람들은 은행장ㆍ금융기관의 장 등으로 승진만 생각해 정부의 입김에 무력했으며 그로 인해 현재의 부실을 불러왔다"며 "투신업계도 외자유치로 이 같은 관행을 개선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주 대우증권 증권담당 연구위원은 "외자유치는 일단 기업을 구제하고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유지해주지만 무엇보다 경영에 도덕성이 형성되면서 업계관행을 바꾼다는 점이 우리나라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경계해야할 것도 많아 주가가 외국인들의 매매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경제가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세계 주가가 서로 연동된 것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 주가가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위해서는 외국인들의 매매를 규제하는 것보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증권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인들이 적대적인 M&A를 많이 일으켜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이 흔들리고 막대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에 대해 대비책을 세워야한다는 게 중론이다.왜냐하면 올해부터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원할히하기 위해 적대적 M&A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하와이의 한 M&A펀드인 아팔루먼트사가 효성의 주식을 10% 가량 사들여 경영권을 위협해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되사줬던 '그린메일'사건을 되새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M&A펀드나 헤지펀드가 아닌 선진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같은 업종 내의 외국선진 기업들로부터 외자를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조병문 현대증권 증권담당 애널리스트는 "같은 업종에서 노하우를 많이 보유한 선진 기업들로부터 외자를 유치할 경우 당장은 시장을 잠식당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노하우가 전수돼 업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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