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르헨티나와 IMF의 빚협상

파이낸셜 타임스 3월 11일자 아르헨티나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좀 묘한 사이다. 아르헨티나는 빌린 돈을 안갚겠다고 하고 IMF는 빌려주지 않겠다고 말한다. 결국 타협점을 찾았다. 아르헨티나가 돈을 갚는 대신 IMF는 채무를 상환할 돈을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게임은 정말 우스꽝스럽게 보여진다. 하지만 아르헨티나가 최소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 ? 정답은 `그렇다`이다. 아르헨티나가 지난 2001년 말 디폴트를 선언한 이래 아르헨티나와 IMF가 체결한 두개의 대기 차관 협정의 목적은 IMF의 재정을 튼튼하게 하고 아르헨티나에 재정 건전화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 두가지 목적은 합리적인 것이다. IMF는 위기 상황의 국가에 마지막 남은 대출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꿔준 돈은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고정 환율제가 무너지고 디폴트 선언을 하면서 아르헨티나는 정치 및 경제적 혼란에 빠져들었다. IMF의 채권 회수는 연기됐다. 2003년 아르헨티나에 대한 대출은 만기 도래금액의 98%에 달했고 올해도 상환 만기 금액의 대부분을 다시 꿔줘야 한다. 이 같은 상환 연장은 아르헨티나가 경제 회복을 하고 있다는 조건 하에 이뤄지는 것이 마땅하다. 아르헨티나의 경제는 나아지고 있다. 아직 할 일이 많다. 그러나 많은 것이 좋아졌다. 앤 크루거 IMF 총재 대리는 최근 “아르헨티나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신중한 통화 및 재정정책이 신뢰를 얻으면서 인플레 및 금리 하락, 민간투자 확대를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3년 말 기준 아르헨티나의 모든 정책 목표치가 충족됐고 2004년 목표치도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아르헨티나의 채권자에 대한 진지하지 못한 자세다. 크루거가 “아르헨티나 당국이 투자은행의 도움을 받아 채권자들과 채무 조정 협상에 들어갔다”고 밝혀 이 같은 문제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같은 협상이 잘 마무리될 경우 최근 IMF가 아르헨티나에 대해 만기가 도래한 31억달러를 다시 대출해준 행위가 정당화할 수 있다. 이제 정부와 IMF가 해결점을 찾은 만큼 신속하게 상환이 불가능한 만기 도래금을 재협상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급선무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비현실적인 전망에 근거한 협정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맞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채권자들도 아르헨티나가 좀 더 유연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도 맞는 말이다. 양측이 현실적이 된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그래야 아르헨티나도 지난 날의 악몽을 뒤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관련기사



박연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