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NDF 순매도·김치본드가 환율 하락 주범"… 강력 규제 예고

■ 단기외채 급증… 정부 대책은<br>NDF 투기성 거래 대부분… 단기차입 올 153억弗 늘어<br>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등 가능한 모든 방안 강구할듯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가 저금리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070원대를 위협하기도 했다. 서울 명동 외환은행 글로벌마켓영업부 딜러들이 분주한 모습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28일 오전 기획재정부. 최종구 국제업무관리관(대외차관보)이 예고도 없이 불쑥 기자실을 찾았다. 그의 오른손에는 얇은 서류철이 들려 있었다. 취임 이후 3주간 작정하고 준비한 외환시장 동향 자료였다.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최 차관보는 굳은 표정으로 자료에 쓰인 글씨를 하나씩 짚어갔다. 최 차관보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 상당 부분은 환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거래다. 비슷한 경제 수준의 나라들과 비교해 절상률이 가장 높다"는 시장개입성 발언을 이어갔다. 단기외채 증가로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 퇴임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환율주권론'이 다시 부상하는 순간이었다. ◇단기외채 얼마나 늘었길래?=정부는 원화가치의 가파른 상승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서 주범으로 NDF 순매도와 김치본드 발행을 꼽았다. 국내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해지고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역외 비거주자들은 NDF를 집중적으로 순매도해왔다. 이에 따른 역외 선물환 거래를 국내 외국환 은행이 받아주면서 단기 외채가 증가하고 환율이 지나치게 하락했다는 것이 외환 당국의 생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ㆍ4분기 비거주자의 NDF 순매매는 113억4,000만달러 순매도로 지난해 4ㆍ4분기(8억2,000만달러 순매수)보다 120억달러 이상 매도폭이 늘어났다. 국제수지표상 단기차입은 지난 1월 25억달러, 2월 31억달러, 3월 67억달러 등 올해 들어서만 153억달러나 증가했다. 3월 경상수지가 전달보다 3억원 늘어난 14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3개월 흑자를 이어갔다는 한은의 이날 희소식조차 정부에는 부담이었다. 김치본드 발행이 급증하는 것도 단기외채 증가의 주요인이라고 정부는 우려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행된 61억달러어치의 김치본드는 올 들어 1ㆍ4분기에는 37억달러가 발행될 정도로 급증했고 이는 곧 외국은행 지점 단기차입 증가로 연결되면서 외환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13개 주요 공기업 관계자를 불러 소명자료를 요청했다. ◇외환 당국, 강력한 개입 의지=정부의 개입 의지는 단호하다. 외환 당국은 특히 단기외채를 끌어오는 외은 지점에 대해 노골적 경계심을 드러냈다. 최 차관보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후 700억달러 이상의 차입금을 단기간 인출해가는 것을 목격했다"며 "변동성을 키우고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최근 늘어나는 단기차입의 주체도 외은 지점이고 국내 기업이 발행하는 김치본드를 인수하기 위해 본국에서 외화를 들여오는 곳 역시 외은 지점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환율 변동성 축소를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정부가 오는 5월6일 끝나는 외환특별검사 이후 강력한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가 기존 50%에서 40%로, 외은 지점은 250%에서 200%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선물환 포지션 검사 외에 또 다른 시장 규제책도 정부는 검토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공기업을 대상으로 사실상의 외화차입 금지조치를 취했다. 비거주자에 대한 NDF 매입초과 포지션 제한 조치도 가능하다. 정부가 갖가지 외환시장 안정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정부 의지가 시장에 먹힐지는 미지수다. 재정부의 강력한 구두 개입 사실이 알려졌지만 외환시장에서 이날 오전에 나타났던 낙폭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겠다며 당분간 긴축을 쓰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정부의 우려만으로 국내 시장의 달러 유입세, 이에 따른 환율 하락세가 멈출 것으로 보는 시장 참가자들은 많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다양한 공조를 통해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세계의 시선이 너그러워졌다고는 하지만 선진국의 입맛대로 우리나라가 이른바 '환율 조작국'으로 찍힐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정부가 각종 규제와 함께 시장에서 직접 실개입을 단행한다고 해도 미국의 행보가 바뀌지 않는 한 트렌드가 바뀌기는 쉽지 않다"며 "시장 방향성에 대한 당국의 고민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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