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코스닥기업 20% 뇌사상태] 부실기업 `안락사 장치` 만들어야

코스닥 등록기업 가운데 자금조달이 힘든 뇌사상태 기업이 전체의 20%를 넘는다는 것은 벤처 붐을 타고 코스닥에 입성했던 기업 중 상당수가 한계상황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데 있다. 썩은 사과 한 개가 상자 안의 사과 전부를 썩게 하는 것처럼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하면 코스닥시장 자체가 뇌사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늘어나는 한계기업이 코스닥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시장의 `뇌관`뇌사기업=등록기업이 한계기업으로 전락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면서 뇌사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등록 후 2년도 안 돼서 회사를 팔고 떠나는 예약매매 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도 이를 반영한다. 사채업계에서는 등록기업이 5단계를 거쳐 뇌사상태에 빠진다고 보고 있다. 우선 기존사업 부진과 신규아이템 발굴 실패라는 신호가 나타난다. 이후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자금조달이 힘들게 된다. 그러면 `원금ㆍ수익 보장형 3자 배정 유상증자`와 `급전용 사채발행`등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그래도 안 되면 회사를 팔게 되고, 새로운 경영진도 자금조달에 나서지만 결국 다시 회사를 팔고 떠난다. 이 단계에서 위험기업 또는 뇌사기업 판정이 내려진다. 이후 횡령 등 사고가 나거나 부도로 퇴출된다. ◇뇌사기업, 투기꾼이 인수=부실기업이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하는데 실패하는 이유는 최대주주와 투기꾼들의 욕심 때문이다. 최대주주는 인수자의 능력보다는 받을 돈에만, 투기꾼들은 회사의 회생보다는 이를 악용해 `한탕`하는데 혈안이 돼 있다. 실제로 디이시스ㆍ위자드소프트ㆍ성광엔비텍ㆍ엔에스아이 등은 올 초 새로운 최대주주가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 여파로 장외기업인 삼양전자는 지난 1월6일 최종부도가 났다. 디이시스의 정명선 전 대표가 삼양전자의 회사자금까지 유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편을 맞은 것이다. 비젼텔레콤과 한신코퍼도 인수자인 김진호 대표가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각 800원, 400원대에 있던 주가가 100원 밑으로 급락했다. 동서정보기술을 인수했던 이희봉 전 대표는 회사자금 180억원 가량을 횡령해 지난 25일 검찰에 기소됐다. 또 이 전 대표로부터 회사를 인수했던 박진석씨도 검찰에 수배중이다. 한 M&A컨설팅업체 대표는 “정상적인 투자자는 사업 아이템이 부실한 기업을 비싸게 인수하지 않는다”며 “무조건 비싸게 팔겠다는 최대주주의 욕심 때문에 투기꾼들에게 회사를 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3자 배정을 이용한 기업의 편법증자는 부실기업의 생명을 연장해 주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기업이 3자 배정 유상증자는 2002년 57건에서 171건으로 세 배 가량 급증하면서 금액도 3,546억원에서 1조3,146억원으로 4배 가량 늘었다. 급증하고 있는 3자 배정 유상증자는 사채업자에게 원금과 수익을 보장해 주고 자금을 조달하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악용되고 있다. 실제 동서정보기술이 지난달 26일 공시를 통해 두 번의 증자가 모두 이 같은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3자 배정 증자에 대한 별다른 제한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트래픽ITS는 지난해 4번에 이어 올해도 증자를 단행했다. 아이트리플은 지난해만 5번, 한국스템셀ㆍ아이엠알아이ㆍ피코소프트ㆍ한빛네트ㆍ씨모스 등은 3번에 걸쳐 증자를 했다. 최근에는 사모사채를 활용해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뇌사기업 `안락사` 장치마련 해야=최대주주가 한 번 바뀐 기업은 다시 최대주주가 바뀌는 등 손 바뀜이 잦다. 손 바뀜에 걸리는 시간도 점점 짧아진다. 실제로 2001년 이후 최대주주가 바뀐 기업의 소요시간을 분석한 결과, 처음 바뀐 후 두 번째 바뀔 때는 평균 10.2개월이 걸리지만, 네 번째는 4.7개월, 여섯번째는 4.2개월, 14번째는 2.4개월로 짧아졌다. 전문가들은 부실기업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우량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사기업의 안락사를 위해서 투기꾼들의 부실기업 인수를 엄격히 제한하는 한편 자금력과 경영능력이 있는 투자자 유치와 우량기업의 우회등록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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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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