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미국 추가 테이퍼링 이후] 한국은 위기 전염될 가능성 낮지만 중·일 경기둔화 경계해야

[서경 긴급 진단] 주요 경제연구원장 설문

경상수지·보유외환 탄탄…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 성공

수출 영향도 크지 않을 듯

가계부채·외화건전성 등 내부 불안요인 단속 필요


'다행히 불이 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옮겨붙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추가 축소(테이퍼링)에 따른 후폭풍이 설 연휴가 끝나고 개장한 우리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예상하고 있던 충격이지만 금융시장은 요동쳤고 '요주의' 신흥국에서 불안한 눈길을 떼지 못했다. 3일 국내 주요 경제연구원장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한 결과 이들은 한국이 다른 신흥국과의 차별화에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아직 미국 테이퍼링 초기이고 중국이나 일본 경기 둔화와 맞물려 위기가 증폭될 수 있는 만큼 국내 취약요인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지난해 이어 차별화 성공=한국이 위험국가로 지목된 신흥국들과 차별화된 것은 확실해보인다. 경제연구원장들은 탄탄한 경상수지와 충분한 보유외환을 공통된 이유로 들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세계은행(WB)이 제시한 총 대외자금조달필요액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필요액보다 8.5배 많은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B는 단기외채와 경상수지 적자를 더한 금액과 외환보유액 비율을 계산해 비율이 낮을수록 위험국가로 본다. 터키의 경우 이 비율이 90%, 브라질은 200%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단기외채(1,100억달러)에서 경상흑자(700억달러)를 뺀 400억달러 대비 외환보유액(3,500억달러) 비중이 800%를 훌쩍 넘는다. 윤 원장은 "한마디로 외환 부문에서 큰 충격이 올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김형태 한국자본시장연구원장은 "외국인이 바라보는 우리나라 위험도인 외평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보통 100~120bp인데 요즘은 68bp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를 안전하고 건실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지난해에는 신흥국 자금이 우리나라로 들어왔지만 이번에는 전체 신흥국 투자자금을 선진국으로 빼낼 가능성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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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테이퍼링 초기인 만큼 긴장감을 풀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이지 신흥국과 따로 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지레 겁먹어 충격을 받을 필요도 없지만 △신흥국이 더 악화할 가능성 △중국·일본 변수가 위기를 증폭시킬 가능성 △한국도 위기에 휩쓸릴 가능성 등을 철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 영향 제한적일 것=금융시장 불안은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고 실물이 흔들리면 금융시장 변동성은 더 커진다. 김익주 원장은 "신흥국의 금리인상은 긴축을 뜻하고 이는 경제가 안 좋아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흥국 금융위기가 한국 수출에 미칠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터키·아르헨티나·우크라이나 등에 대한 수출비중이 워낙 낮기 때문이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이들 신흥국 경제가 주춤해지면 우리에게 좋은 영향도 없겠지만 부정적 영향 또한 제한적"이라며 "다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경영 환경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 역시 외환보유액이 워낙 탄탄해 미국 테이퍼링에 직접적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중국보다 인도·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가 테이퍼링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2008년과 비교하면 우리 경제가 훨씬 강하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등 내실 다질 필요=격해지는 해외자본 유출입에 대비해 추가 대책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김형태 원장은 "한국 경제가 취약한 외부고리는 외환시장 아니면 외환자금시장"이라며 "외화건전성 규제 3종 세트 틀 속에서 조정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제연구원장들은 한국이 대외지표들을 잘 관리해 해외에서 신뢰를 얻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취약한 내부요인들을 우려했다.

김익주 원장은 "금리가 인상될 경우 가계부채는 큰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며 "경제에 부담요인인 부동산 문제도 해결책을 잘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을 버텨온 기업도 문제다. 김주현 원장은 "기업들이 지난 2년간 경제가 어려웠다가 회복기에 접어들었는데 금리가 빨리 상승하면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것도 기업이 장기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주는 만큼 정부가 변동성을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창현 원장은 "경제활성화가 늦어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원장은 "전세계적으로 국내 정치와 국내 경제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내부갈등을 봉합하면서 미래 먹거리 찾기와 체질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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