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통령직 걸고 정국타개" 강경 메시지

전효숙 사태·여당 청와대만찬 거부 직접 계기<br>"최선 다해보겠다" 조기하야 실행 가능성은 낮아<br>탈당후 중립내각 구성 정국 새판짜기 가능성도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에서 ‘굴복’이라는 단어를 4차례나 언급하면서 최근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자신의 무기력함을 “임기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초강경 발언을 통해 드러냈다. ‘당적’과 ‘대통령직’의 포기라는, 자신에게 남은 두 가지의 카드를 내밀면서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전효숙ㆍ청와대 초청만찬 거부 직접 계기=노 대통령은 최근 2차례에 걸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우선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표결 거부 사태. 노 대통령은 이를 “명백한 헌법 위반이고 불법행위, 부당한 횡포”라고 비판하면서 ‘굴복’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대통령의 인사권이 사사건건 시비가 걸리고 있어 권한 행사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사권밖에 남은 게 없다”던 대통령으로서는 남은 권력마저 식물화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열린우리당과의 갈등과 반목은 이날 발언의 또 다른 명분이었다.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27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에게 제안한 만찬을 거부당한 것이었다.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민생개혁법안 처리 지연 등을 놓고 해묵은 갈등이 폭발한 셈이다. 모처럼 꺼낸 ‘여ㆍ야ㆍ정 정치협상회의’가 한나라당으로부터 거부당한 상황에서 여ㆍ야 모두로부터 외면당하는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한 셈이다. ◇조기 하야, 당적 이탈 실제 단행될까=먼저 조기 하야 가능성. 이의 진정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도 “최선을 다해보겠다” “어렵더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 수행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결국 대통령직 사퇴 카드는 실제 단행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전 후보자 지명을 막은 한나라당에 대한 ‘성토’와 ‘압박’의 카드로 인식된다. 국정운영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정치판 자체가 큰 틀에서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셈이다. 김우상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도 “하야할 수도 있다는 분석은 시기상조”라며 “이번 발언은 ‘하야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로 정국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적 이탈 카드는 다소 다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당적 이탈은 조기 하야보다는 가볍지 않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탈당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수차례 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이 같은 약속이 깨질 수 있음을 직설적으로 언급했다. “임기 중에 당적을 포기하는 4번째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언급, 이날 발언이 준비된 것이었음을 내비쳤다. 당ㆍ청 갈등이 구조적으로 고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당을 통한 중립내각 구성과 제2의 대연정 구상 등이 실제로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레임덕ㆍ정치판 새 판 짜기 가속화=2가지 카드의 현실화 여부에 관계 없이 레임덕은 한층 가속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등 하야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는 상황 돌파를 위한 충격화법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당시에는 여당이 든든한 우군으로 남아 있었지만 지금의 당ㆍ청 관계는 최악이다. 때문에 정치적 상황 자체가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이는 자연스럽게 정치판의 새 판 짜기를 앞당기는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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