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화 리뷰] 경의선

상처받은 두 남녀의 여행<br>섬세한 심리 묘사 인상적


작은 영화가 화면의 화려함으로 관객을 압도할 수는 없는 법이다. 때문에 작은 영화들은 섬세함으로 관객을 조금씩 끌어당기는 수 밖에 없다. 화면의 작은 부분에서 이야기 구조의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해야 하고, 인물의 심리묘사 하나하나가 설득력 있어야만 관객들은 작은 영화를 쳐다봐 준다. 이런 면에서 '경의선'은 작은 영화의 미덕은 충실히 지켜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제작비는 단돈 8억. 최근 일급 배우들의 영화한편 출연료를 조금 넘는 금액이다. 이미 단편 '하루' 등을 통해 섬세한 감각을 인정 받았던 박흥식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인 이번 영화에서도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열악한 제작환경을 극복할 만한 알찬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는 상처를 안은 두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 함께한 하룻밤의 여정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았다. 첫번째 주인공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삶을 살아가는 지하철 기관사 만수(김강우). 어릴적부터의 꿈이었던 기관사가 됐지만 조금씩 삶의 지루함을 깨달아가기 시작한다. 그런 만수에게 활력이 되는 것은 언젠가부터 만수가 운전하는 열차시간을 기다렸다가 자신에게 간식과 읽을 거리를 안겨주는 이름 모를 한 여인. 그녀와 조용한 교감을 하며 조금씩 지친 심신을 회복하던 그에게 청천벽력의 사건이 일어난다. 그가 운전하던 지하철이 승객의 투신자살사고에 휘말린 것. 이 사건은 그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상심한 만수는 특별휴가를 받고 홀로 경의선기차에 오른다. 또 한명의 주인공인 노처녀 대학강사 한나(손태영)는 같은 과 지도교수인 대학선배와 독일 유학시절부터 계속돼 온 불륜관계를 이어오는 중. 그를 사랑하지만 자신이 만족할 만큼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그렇게 점점 지쳐가던 중에 선배와 그녀의 불륜관계가 선배의 부인에게 발각된다. 이 과정에서 선배가 결코 가족을 버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 깊은 상심에 빠지고 막 떠나려는 경의선 열차에 훌쩍 몸을 싣는다. 이렇게 해서 우연히 만난 두 주인공이 차가 끊긴 휴전선의 한적한 눈길을 함께 걸으며 자신의 상처에 대해 털어놓고 점점 소통하며 서로 교감하기 시작한다. 상처 받은 두 남녀가 서로 공감을 통해 상처를 치유한다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흔한 스토리이지만 영화는 잘 짜여진 구조와 서정적 화면, 음악 등을 통해 충분히 제 나름의 맛을 낸다. 무리하게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서서히 감정이 드러나게 만드는 영화적 연출이 참 맛깔스럽다. 영화의 두 주연 배우들은 아직 영화 연기경험이 일천함에도 불구하고 적절히 스토리 속에 녹아 든다. 군데군데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띄긴 하지만 영화의 서정적 감흥을 살리는 데에는 무리가 없는 연기다.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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