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개인투자자들은 IT의 발달로 온ㆍ오프라인으로 쉴새 없이 쏟아지는 투자리포트를 참고해 투자에 나선다. 하지만 투자환경이 열악했던 일제시대 당시 ‘조선의 개미투자자’들은 어떤 리포트를 참고했을까.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같은 궁금증을 해결해줄 만한 희귀 투자지침서가 입수됐다. 바로 80년 전 투자지침서인‘미주수리관측법(米株數理觀測法ㆍ쌀과 주식의 흐름 이치를 보는 방법)’의 완본.
저자인 가토기쇼우는 책 머리에서“쌀과 주식이 투자의 핵심이니 내가 투자로 부자 되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1932년 10월에 발행된 116페이지 분량으로 쌀과 주식 등 옵션거래로 돈을 버는 방법이 잘 설명돼 있다. 책에는 지금의 투자리포트처럼 특정 주식의 추이를 그린 ‘동신주월별고저표(東新株月別高低表), 선물옵션의 행사시기를 설명하는 반월법(半月法)’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동신주는 당시 동경주식취인소의 주식으로 현재 삼성전자처럼 주식시장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이 책은 동신주의 매월 움직임을 그래프로 그려놓았다.
또 저자는 반월법에서“매달 1일에서 15일까지 매일 종가의 평균치를 구한 후 16일 전장(오전장)에서 주가가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팔라”며 주식거래의 비법을 전수한다.
아울러 책 53페이지에는 별자리를 연결한 선과 주식흐름을 연결 지어 ‘음과 양’의 주식시장으로 나눠 설명하기도 했다.
전봉관 카이스트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대공황이 터진 후 몇 년 간 쌀가격과 주식가격이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던 시기였다”며 “일확천금을 노리고 투기판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 일본에서 들여온 ‘상장학’등의 책이 유통되곤 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한 원로 증권인으로부터 이 책을 기증받았다.
거래소는 지난 1월부터 시작한 ‘서랍 속의 KRX를 꺼내주세요’란 캠페인을 통해 한국의 자본시장과 관련된 많은 사료를 기증 받고 있다.
미주수리지침서 외에도 유찬 한국거래소 초대 이사장이 후임에게 인계한 서류도 입수돼 눈길을 끈다. 이 서류에는 ‘재털이 2개, 신문걸이 6개, 병풍 2개’ 등 잡다한 집기까지 직접 인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일제시대 발행 된 증권서 등 다양한 사료들이 이번에 수집됐다.
김지은 한국거래소 학예사는 “한국거래소의 역사는 한국 자본시장의 역사와 같다”며 “이번 자료 수집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역사를 더 잘 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30일까지 사료 기부를 받은 후 올해 말 신축 홍보관에서 사료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