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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전세 아파트에 거주 중인 결혼 2년차 전모(31)씨는 임대인에게서 전세보증금을 올려 달라는 통보를 받고 고민하던 중 주택조합 아파트의 조합원을 모집하는 인터넷 광고를 보게 됐다. 서울 지역에서 3.3㎡ 당 900만원대 비용의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 전씨는 아이를 가지기 전 주택조합 아파트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이 투자보다는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착한 분양가'를 내세운 아파트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중 주택조합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저렴한 분양가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다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까지 이어지면서 개발사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낮은 가격에 빠른 추진 속도까지= 주택조합 아파트는 주변 일반 분양 아파트에 비해 분양가가 10~20% 가량 저렴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는 중간에 운영을 담당하는 시행사 없이 조합에서 직접 토지를 구입하는 등 사업 시행을 진행하는 구조 덕분이다. 일반 주택사업에서는 시행사가 은행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토지를 매입한다. 하지만 주택조합은 PF 대신 사업주체들이 직접 토지를 매입해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시행사가 중간에서 갖게 되는 비용과 PF로 인한 추가 금융비용을 뺀 만큼 분양가가 낮아진다.
실제로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삼성홈 프레스티지'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900만원대로 같은 지역 평균 분양가인 1,200만원보다 300만원 가량 저렴하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해운대 센텀마루'도 3.3㎡당 700만원대의 분양가로 해운대구 평균인 800만원대보다 낮다.
추진 속도가 재개발·재건축조합에 비해 빠르다는 것도 강점이다. 주택조합은 추진위원회 구성-조합설립 인가-시공사 선정-사업계획 승인-이주 및 철거-착공 및 분양의 과정을 거친다. 이 중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추진위원회 승인과 안전진단 통과, 관리처분 인가 등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다.
조합원을 노리고 있는 수요자들에게 청약통장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동일 시·군 또는 인접지역 거주자 중 입주 가능일까지 무주택이거나 60㎡ 이하 주택을 1채 소유한 세대주 요건을 충족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조합원이 되면 동·호수를 지정할 수 있으며 주택조합 아파트의 일반 분양 물량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사업 승인이 이뤄진 후부터 전매가 제한 없이 가능하다는 점은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 목적의 수요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정부는 주택조합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주택법 개정을 통해 지역주택조합 자격을 동일 시·군 거주자에서 인접 광역생활권 단위로 확대한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주택조합 아파트가 국민주택(85㎡) 규모 이하로 건설해야 하는 가구의 비율을 종전 100%에서 75%로 완화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조합원 자격을 기존 60㎡ 이하 1주택자에서 85㎡ 이하 1주택자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요즘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85㎡를 초과한 규모로 짓는 것이 나을지는 미지수지만 평면 자율화 차원에선 긍정적"이라며 "또 1주택자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조합에 들어와 조합의 여력이 더 커지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리·추가 분담금은 리스크= 재개발·재건축보다 추진 절차가 간소하다는 점은 비리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양면성을 지닌다. 지난해 울산 중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대행사는 문화재 보전지역으로 건축허가가 불가능한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 광고를 내고 조합원 모집을 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는 실제 분양이 가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의 계약금을 타내기 위한 노림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택조합 아파트의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분양가의 10% 정도의 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 투자한 금액을 아예 되찾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지만 돌려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심하면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토지 확보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분담금이 늘어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조합원을 건립가구 수의 50% 이상 모집하고 사업예정부지의 80% 이상 비율의 토지에 대한 토지사용 승낙서를 갖춰야 조합설립인가 신청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토지 확보가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면 5년 이상 사업이 지연되며 추가분담금이 쌓이는 사례가 발생한다.
특정 주택조합의 조합원이 된 이후 그 자격요건을 실제 입주할 때까지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일반 분양 아파트에 비해 가구 수나 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작게 조성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토지 확보상황 직접 가서 확인해야= 전문가들은 주택조합 아파트를 고를 때 가장 먼저 토지 확보가 어느 정도의 비율까지 됐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토지 매입의 진척 상황은 곧 조합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토지사용 승낙서를 80% 이상 받아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조합이어야 사업 추진의 안전성이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직접 해당 지역으로 가서 토지 매입 정도를 살펴보고 조합 사무실에서 관련 서류도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특히 "아파트 부지에 종교시설이나 상가 등의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살펴야 한다"며 "종교시설 부지는 매입하기 힘들고 상가 역시 권리금 때문에 토지 확보가 더 힘들어진다"고 덧붙였다.
조합원들이 얼마나 모였는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조합원 모집이 장기화될수록 사업 진행 역시 늦어지게 된다. 지난해 부산 기장군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토지 매입 과정에서의 분쟁과 더불어 조합원 모집에 실패해 결국 추진위원회 상태에서 모집을 중단한 바 있다.
추가분담금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조합 규약이나 공급계약서에 제시된 조합원 분양금액 안에 설계비와 감리비, 인허가비, 개발 관련 부담금도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같은 사업 추진 리스크를 감수하고 싶지 않다면 주택조합 아파트의 일반분양 물량을 공략하면 된다. 일반분양가는 조합원 분양가에 비해 더 높게 책정되지만 여전히 주변 시세보다는 저렴하다.
입지와 건설 브랜드, 규모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주택조합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지, 규모, 브랜드 부분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며 "게다가 요즘은 낮은 분양가의 일반분양 아파트들도 있기 때문에 분양가 이외의 요소들도 세부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