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뒷북치는 평창 토지거래 규제

"7~8년 전에 3.3㎡당 30만원에 수천㎡를 속아서 샀던 사람들이 찾아와 허탈해하며 돌아가는 경우가 일주일에 2~3번은 됩니다." "시세를 확인해보니 1만원도 안 돼서 그냥 더 기다려보시라고 달래서 돌려보내는 경우도 많아요. 심지어는 철도 터널 위 땅까지 쪼개서 팔았더라니까요." 기자가 최근 취재차 방문한 강원도 춘천시 김유정역 부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강원도에 호재가 생길 때마다 몰려든 이른바 '떴다방'과 활개를 친 기획부동산에 속아 개발이 불가능한 맹지(盲地)를 비싼 돈을 치르고 산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현지 일부 중개업소들은 기획부동산에 대한 평가가 달라 의외였다. "이 지역에 사람을 많이 몰고 오면 우리도 좋은 것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획부동산이든 뭐든 사람만 많이 몰고 오면 주변 업소에 들러 땅을 사는 사람도 생기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엿보였다. 호재가 있는 곳에는 늘 그래왔듯 평창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직후 이 일대 토지시장에는 또다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올림픽 유치 전 3.3㎡당 50만원 안팎이던 알펜시아 리조트 인근 땅은 호가가 두 배로 뛰었다. 이 과정에서 다시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기획부동산이 다시 움직이는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반면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이미 외지인 손에 다 넘어간 땅값이 올라봐야 남 좋은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월 평창 일대에서 이뤄진 토지거래 중 77%가 외지인 매입 사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강원도가 올림픽 개최지인 평창ㆍ정선 일대 65.1㎢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한 것은 다소 늦은 감조차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만으로는 투기나 기획부동산 차단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다 적극적인 현장 중심의 단속과 감시활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 올림픽 개최의 수혜를 일부 기획부동산과 투기꾼이 누리는 관행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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