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국제 공동연구 참여로 돌파구 찾는다

국내선 어려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실험<br>"2016년 원전 임시저장고 포화… 연구 시급"<br>원자력硏, 지하시설 마련불구 '진짜실험'엔 한계<br>스위스 GTS 참여통해 선진기술 습득 나서

스위스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연구 시설 내 동굴 터널


사용 후 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는 연구가 국제 공동연구를 통한 선진기술 습득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양명승)은 이달 중 스위스 나그라(NAGRA)사와 협약을 맺고 세계적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연구시설인 스위스 GTS(Grimsel Test Site)에서 진행되는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방사성 물질을 사용한 연구가 불가능하다는 제약을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해소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에서 핵연료를 태운 뒤 남겨지는 사용 후 핵연료 등을 말하며 방사능 수치가 높아 지하 400~500m 시설 등에 영구적으로 처분하는 방법이 유일한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국내 전력 생산의 40%를 담당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지난해까지 발생시킨 사용 후 핵연료는 9,500톤. 원전 안에 설치된 임시 저장소는 오는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정부는 지난 1978년 고리 1호기 가동 이후 현재 20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이며 2015년까지 8기를 추가해 총 28기를 운용할 계획이어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에 대한 연구가 시급한 실정이다. ◇공동연구 내용=우리나라가 스위스 GTS에 참여하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과 관련된 국제 공동연구에 첫발을 내디딘다. 원자력연구원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연구는 '콜로이드 형성 및 이동(CFMㆍColloid Formation and Migration)'에 관한 연구로 9월 이후 실시되는 2단계 연구에 우리나라와 독일ㆍ프랑스ㆍ스웨덴ㆍ일본 등 7개국 8개 기관(미확정)이 참여한다. CFM 연구는 지하 처분시설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차폐시설의 완충재로 사용하는 압축 벤토나이트(백색의 점토광물)가 지하수와 접촉하면서 '벤토나이트 콜로이드'가 생성돼 이를 통해 방사성물질이 처분장 밖으로 유출될 수 있는지 연구하게 된다. 콜로이드는 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입자 물질로 지하수ㆍ수돗물 등 대부분의 음용수에 존재한다. 하지만 처분시설에 있는 벤토나이트는 고준위 방사능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벤토나이트와 지하수가 접촉해 생성되는 벤토나이트 콜로이드가 지하수를 통해 방사성물질을 이동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나그라사가 운영 중인 GTS 시설은 1983년부터 알프스 산악지대 그림젤 협곡에 설치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연구시설로 지표층으로부터 약 450m 깊이에 약 1㎞ 길이의 터널을 뚫어 건설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방사성물질을 다룰 수 있는 허가를 받은 연구시설로 현재 스위스를 비롯, 프랑스ㆍ스웨덴ㆍ독일ㆍ일본ㆍ영국 등 8개국 25개 기관이 국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국내 연구현황=현재 국내에서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지하처분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기는 하다. 원자력연구원 부지 내 경사면에 약 180m 길이의 터널을 뚫어 지표면으로부터 약 90m 깊이의 화강암반 위에 구축한 지하처분 연구시설(KURTㆍKAERI Underground Research Tunnel)이 거점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이곳에서 지하수 유동체계, 지하환경에서의 콜로이드 이동에 대한 연구 등 한국형 처분시스템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1997년 시작된 고준위 폐기물 처분개념 설정 연구를 시작해 2004년 KURT 부지 선정 및 실시설계 등을 거쳐 2006년 9월부터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방사성물질을 직접 다루는 실험실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해외 연구시설들은 실제 지하처분을 겨냥해 400~500m 깊이에 건설된 반면 KURT는 지하 90m로 지표에 너무 가깝고 대전 도심 인근에 위치한 단순 연구시설이어서 방사성물질을 이용한 실험을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의 시급성 및 문제점=국내 원전 임시저장고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9,500톤이나 누적돼 있고 그마저도 2016년이면 포화상태가 된다. 차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 연구를 통해 사용 후 핵연료를 재사용해 폐기되는 양을 줄이려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것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자체를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더욱이 방사능 수치가 낮은 중ㆍ저준위 방사능폐기물 처분장을 경주에 건설하기로 결정하기까지 19년간 9차례나 부지 후보지를 변경하며 국가적 에너지를 소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매우 시급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에 대한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연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에서 가동 중인 KURT에서는 방사성물질을 이용한 실험을 할 수 없어 소금물ㆍ형광용액 등으로만 실험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에 대한 부지 선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방사성물질을 이용한 실험이 불가능한 셈이다. 원자력연구원은 그래서 해외 연구시설을 이용한 국제 공동연구라는 돌파구를 찾아냈다. 그러나 그동안 스위스 GTS를 통한 국제공동연구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연간 8,000만원 수준의 분담금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 이제서야 해결책을 찾았다. 국제 공동연구 참여 지원예산 항목을 마련한 것. 현재 스위스 GTS 외에도 스웨덴의 외스페(ÄSPÖ) HRL, 핀란드의 온카로(ONKARO) URL, 프랑스의 브루(Bure) URL 등의 연구시설 등이 있으며 연간 1억~1억5,000만원 수준의 분담금을 내면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해 선진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원자력연구원 고준위폐기물처분연구부 책임연구원 백민훈 박사는 "현재 국내에서 방사성물질을 이용한 실험이 어렵기 때문에 다수의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해 선진기술을 습득하고 국내 연구를 보완해야 하지만 예산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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