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교육시장, 개방이 만능인가

시장경제는 경쟁을 전제로 한다. 경쟁을 통해 효율을 기하고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한다. 경쟁은 또한 개방을 전제로 한다. 개방을 전제로 하지 않는 경쟁은 제한적이고 폐쇄된 공간 내에서 쥐들의 싸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경제라고 해서 개방을 통한 무한자유경쟁이 최선은 아니다.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는 분야에서는 자유경쟁이 만능이 아니다. 자유경쟁만이 최선은 아니다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는 부문은 소위 산업의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있는 분야이다. 즉 시장 수요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이 과다해 생산하면 할수록 평균 생산 비용이 낮아지는 그런 산업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ㆍ철강 등 대표적 중화학산업이 모두 이런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산업이다. 이런 산업은 개방을 하면 적정 수 이상의 기업이 진입해 과당경쟁하게 되고 따라서 필요 이상의 투자가 일어나 사회적 비용은 더 증가하는 것이다. IMF 이전의 우리나라 재벌들에 의한 중화학 분야, 특히 자동차산업의 과잉투자와 과당경쟁은 이런 산업의 특성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을 가진 산업은 시장 규모에 맞춰 제한된 시장진입자만 허용해 유효경쟁을 시켜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하는 한편 불필요한 과잉투자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버드 대학의 저명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키우 교수는 말한다. 교육 분야는 어떠한가. 교육 분야도 성격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산업이다. 교육산업의 속성상 소비의 비배제성이란 공공재적 성격으로 인해, 즉 학생 한 사람을 더 교육시켜도 추가로 들어가는 교육 비용은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학생이 늘수록 평균 비용은 낮아진다. 따라서 새로운 시장침입자의 시장 진입 압력이 강하게 나타나 과잉투자와 과당경쟁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지난 90년대 소위 준칙주의에 의한 대학 설립의 자율화 결과 현재 과잉공급과 구조조정이라는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학시장의 현주소가 바로 이런 현상의 전형적인 산물이다. 지금 정부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또다시 겪으려 하고 있다. 즉 원격대학에도 일반대학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전면적으로 열어 소위 개방과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의 만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견에 매우 타당한 논리처럼 들리지만 현장성이 결여된 원론 수준의 단순논리로 오프라인대학이 현재 치르고 있는 값비싼 대가를 머지않아 원격대학시장에도 치르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원격대학시장은 일반 오프라인대학보다 더욱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나타나는 산업이다. 일반대학은 학생이 늘수록 그래도 교실과 강사를 확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이 들지만 사이버교육은 이론적으로 학생이 거의 무한대로 늘어도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크지 않기 때문에 시장 진입의 유혹이 어느 산업보다 강하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원격대학도 점진적 진입 바람직 여기에 자유경쟁을 시키면 과잉공급자에 의한 자기 살 깎기의 출혈경쟁이 일어나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역작용이 나타난다. 궁극적으로는 막대한 자본력을 휘두르는 하나의 시장독점자가 출현해 시장을 독식하게 된다. 엄청난 비용과 후유증을 치르고 난 뒤에 사후약방문을 하려면 이미 너무 늦어버린다. 따라서 시장 확대의 정도를 봐가면서 점진적 개방과 유효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이러한 예상되는 부작용을 줄이고 교육의 질을 높여 소비자의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참으로 정부의 현실성 있고 사려 깊은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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