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서게 된 것은 정부의 정책 잘못이 주된 요인이지만 재벌의 선단식 경영, 방만한 경영도 적지않게 「기여」를 했다. 국내나 해외를 막론하고 돈을 무차별적으로 차입, 문어발식 경영을 일삼았으니 주력사업도 부실해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IMF를 맞아 겨우 정신을 차린 꼴이지만 경기가 회복단계에 들어서자 구조조정 의지는 다시 해이해 지고 있다. 마치 IMF체제를 벗어난 것 같은 행태나 다름없다. 국민들이 그동안 받은 고통을 감안한다면 재벌들의 요즘 행태는 여론의 재단(裁斷)감이다.정부도 재벌들의 시간벌기식 지연작전에 더 이상 말려 들어서는 곤란하다. 하루가 늦어지면 그만큼 금융시장의 불안은 증폭된다. 지금은 대우 처리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장세(場勢)가 결정되게 돼 있다. 다행히 채권단과 대우그룹이 대우증권과 서울투신 등 금융계열사를 그룹에서 분리해 매각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한다. 조금씩 견해차가 좁혀들어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최종합의안이 도출 되려면 아직 멀었다. 어떻든 약속시한인 오는 16일까지는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과 동시에 최종합의안이 나와야 한다.
삼성문제도 마찬가지다. 삼성이 자동차부채의 추가부담을 거부, 삼성과 채권단의 한판 싸움이 시작됐다. 채권단이 삼성과 이건희 회장에게 금융제재와 소송으로 대응하기로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삼성의 버티기나 채권단을 앞세운 정부의 최강수는 여느면 선로 양쪽에서 달려오는 열차나 다름없다. 결과에 따라서는 어느 한쪽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일단은 삼성이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느냐가 관심의 적(的)이다.
정부는 대우 삼성사태와 관련, 더 이상 흔들려서는 안된다. 국내외의 불신을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모든 것을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정치논리가 개입해서도 안된다. 이번만큼은 철저하게 경제논리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