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기관 '권역별 영역' 허문다

법 개정으로 증권사 신탁업 진출 기대속<br>당국, 보험도 은행·신탁업 겸영 허용 추진<br>금융권 M&A 촉발, 구조조정 촉진될듯

국내 금융기관간 권역별 영역을 허무는 ‘유니버설 뱅킹(Universal Banking)’ 움직임이 대두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보험사에 은행업과 신탁업 겸영을 허용해 종합금융사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진입과 퇴출기준을 바꿔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보험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보험산업 중장기 발전방안 작업반’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협의를 진행했으며 여론수렴 작업을 거쳐 이달 중으로 공개한 후 확정짓기로 했다. 작업반은 방카슈랑스 등으로 은행에 보험영역을 빼앗긴 보험사에 은행업무를 겸하는 ‘어슈어뱅크’를 허용하고 연기금 수탁사업과 신탁업 겸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유사보험 형태로 있는 농협 공제는 민간보험사와 같은 수준의 감독기준을 적용하고 신용사업(은행 부문)과 분리하며 우체국 보험은 민영화나 공사화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간 업무영역을 허무는 ‘신탁업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이 법은 증권사 등 은행 이외의 금융기관들이 상호나 임원자격 등에 제약 없이 신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법을 발의한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은 “개정안이 처리되면 오는 9월부터 증권사도 신탁업을 할 수 있게 돼 금융권에 공정한 경쟁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지난 3월에 정부가 증권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 증권사들의 신탁업 진출을 위한 길을 터놓았고 업계도 이에 대한 사전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법 통과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99년까지 권역별로 업무를 제한하는 방화벽(firewall)을 유지하는 글래스스티걸법을 유지하다 금융기관의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해 전격 폐지한 바 있다”면서 “국내 금융기관간의 자율적 인수합병(M&A)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글래스스티걸법안 폐지 후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의 합병을 필두로 초대형 M&A가 진행되면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최종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고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변화를 줘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변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은행권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은행들은 증권사에 신탁업을 허용하면 신탁대출 업무가 가능해지지만 심사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대출 부실우려가 있으며 대출 자체가 은행의 고유업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사에 은행업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일부 재벌계 보험사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산업자본이 은행산업을 지배하는 결과를 낳아 금융산업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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