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출근길이 무척 힘들다. 출근 시간에 겪어야 하는 각종 소음 때문이다. 버스에서 지하철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다른 승객들의 이어폰으로 새어 나오는 음악과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소리에다 지하철 광고와 안내방송까지 뒤섞여 한시도 귀가 편안한 적이 없다. 특히 요란하게 울리는 휴대폰 컬러링 소리와 큰 소리로 하는 전화통화 목소리는 그렇지 않아도 붐비는 아침 출근길을 더 힘들게 한다.
일과 중 외근에 나서면 소음 스트레스는 극한에 달한다. 새로 오픈한 가게에서 설치한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강한 비트의 음악에는 귀가 멍하고 간간히 지나가는 튜닝 자동차와 일명 '머플러'로 불리는 소음기를 개조한 오토바이의 격한 엔진소리와 버스ㆍ택시ㆍ승용차의 경적은 가슴을 덜컹거리게 만든다. 시내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각종 집회ㆍ시위에서 들려오는 확성기와 음악 소리도 귀를 괴롭힌다.
28일 환경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생활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2000년부터 10년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돼 처리된 민원은 2,136건인데 그 가운데 소음ㆍ진동 민원이 1,856건으로 전체의 86%를 차지했다. 이는 민원이 접수돼 처리된 건수로 단순히 각 지자체에 민원이 제기된 수를 보면 엄청나다. 소음ㆍ진동 민원 건수의 경우 2005년 2만8,940건에서 2009년 4만2,400건, 2010년 5만3,718건, 2011년 5만6,244건 등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또 도로주변 소음노출인구는 약 2,700만명으로 50%가 넘는 국민이 소음에 무방비 상태다.
그럼에도 우리 소음규제 처벌 기준은 낮고 그나마 있는 규정도 제각각이다. 환경정책기본법에는 실외소음을 45㏈ 이하(일반)에서 65㏈ 이하(도로)로 나누고 있으나 이는 규제기준이 아니라 전체의 틀을 정해놓은 것이라는 게 환경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규제는 소음진동관리법에 근거하는 데 도로변은 68㏈ 이하(주간)~58㏈ 이하(야간)며 주거지역은 65㏈ 이하(주간)~50㏈ 이하(야간)다. 또 경범죄처벌법 3조 1항 제21호에는 악기ㆍ라디오ㆍ텔레비전ㆍ전축ㆍ종ㆍ확성기ㆍ전동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 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에 대해 통상 3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고의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어느 정도가 시끄러운 소리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일시적 소음은 지속되지 않기에 범법 여부를 판단할 여건도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관련법에 의해 처벌 받는 사례는 매우 드문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규제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처벌 수위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병찬 한국교통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도로변 확성기 소음 등의 생활소음 규제가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어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소음에 대해 국민들의 인식이 아직 부족한데 규제 강화 등으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 소음기준은 주거공간 기준으로 35㏈ 이하(주간)~45㏈ 이하(야간)로 우리보다 한층 엄격하다. 미국 뉴욕시는 2007년부터 카페나 나이트클럽의 음악소리가 길가에 40㏈ 이상 흘러나오면 적게는 50달러에서 많게는 2만달러의 벌금을 물도록 하는 소음규제법을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