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쑥쑥 크는 부동산펀드

"박스권에 갇힌 증시 대체투자처로 큰 매력"

투자자들 잇따른 환매 불구 올 순자산 1조7900억 늘어

부동산 규제완화 효과 기대… 안정적 운용·세제혜택 장점

운용사 신규펀드 속속 출시


증시 침체 등으로 주식·채권형 펀드의 순자산이 줄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펀드의 순자산이 꾸준히 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증시가 장기 박스권에 갇히자 자산운용사들이 전통 수익원인 주식·채권을 대체할 수익원 발굴에 나서면서 국내외 부동산을 주목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협회의 통계포털 사이트인 프리시스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부동산펀드의 순자산은 26조41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에 비해 순자산은 1조7,928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부동산 순자산 증가액(4조3,474억원)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이래 올해도 2조원에 가까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펀드 순자산이 증가한 것은 특히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가 줄을 잇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투자자금이 순유출을 기록하는데도 펀드 순자산이 늘어난다는 말은 자산가치가 오르고 수익률이 우수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펀드에서는 연초 후 51억원이, 해외부동산펀드에서는 854억원이 빠져나갔다.

전체 펀드 내 부동산 순자산 비중은 3년 새 3%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3년 전 부동산 순자산의 비중이 전체 펀드에서 4.77%였지만 이달 5일 기준으로 7.57%로 증가했다.


부동산펀드 순자산은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는 반면 올 들어 전통적인 펀드 수익원인 주식·채권 등 증권 편입 규모는 줄었다. 지난해 말 증권 순자산은 178조5,797억원이었지만 최근 177조7,264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말 80조원이 넘던 주식은 최근 5조3,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진 탓에 채권 편입 비중은 늘었지만 글로벌 증시 침체로 주식 순자산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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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들이 부동산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은 국내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에 갇히면서 대체수익원 발굴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비중을 1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대체투자는 운용사들의 중요한 사업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최근 간담회를 통해 부동산 임대범위를 확대하고 소유 부동산 증축과 같은 금융사의 부동산 활용 규제도 완화하기로 해 정책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신 위원장은 "부동산펀드가 호텔 등을 건설할 경우 운용·관리도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부동산 투자비율 상한(자산의 70%)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단위형 모집으로 안정적인 운용을 도모할 수 있는 점도 운용사에는 긍정적이다. 사모형 부동산펀드는 상당수가 일정 기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구조를 지니기 때문에 운용사 입장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제 혜택도 매력적이다. 부동산펀드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취득세의 30%를 감면받을 수 있고 매각시 양도소득세는 비과세 대상이다.

주요 운용사들의 부동산펀드 규모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조9,157억원가량으로 가장 큰 순자산 규모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은 최근 들어 국내외 주요 오피스빌딩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에는 미국의 워싱턴DC에서 약 1,900억원에 달하는 빌딩(2550M Street)을 매입하는 등 부동산 투자에서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 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부동산투자부문 사장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는 상황에서 부동산펀드를 활용한 대체 투자는 대형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우량 투자처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익원을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에 이어 하나자산운용(2조3,879억원), 이지스자산운용(1조8,192억원), 삼성에스알에이자산운용(1조4,134억원), 현대자산운용(1조2,020억원) 순으로 부동산 펀드 순자산이 많았다.

최근 일부 중소형사들은 조직을 개편하거나 신규 펀드 출시를 계획하는 등 부동산펀드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현대운용은 올해 3월 부동산이 중요한 수익원이 될 것으로 판단해 기존 부동산팀을 부동산투자본부로 승격했다. 지난 4월 이송훈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며 신규영업 확대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골든브릿지자산운용도 사모 부동산 펀드 출시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물류센터 포함한 3~4건의 부동산을 연내 인수하고 사모펀드 출시를 준비 중"이라며 "기존 오피스텔에 집중됐던 투자처에서 벗어나 물류센터 등 유망한 부동산 수익원을 발굴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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