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은 내년 2월부터 7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을 상환하기 위해 1월7일 5.95%의 금리로 1,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어음만기까지는 아직 시간 여유가 있지만 더 늦게 발행할 경우 금리가 올라 발행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 조기 자금확보에 나선 것이다. 최근 들어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필요한 자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를 앞당기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미 회사채를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0개 기업 가운데 내년 2월 이후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신고서를 제출한 곳은 6개 기업으로 조사됐다. 회사채 발행기업 4곳 가운데 1곳이 당초 일정보다 최소 2~3개월 앞당겨 자금확보에 나선 것. 통상 회사채는 자금수요가 발생하기 약 1개월 전에 발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기가 상당히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실제 자금수요 발생시기보다 5~6개월 이상 앞당기기도 한다 두산은 지난 13일 산업은행에서 빌린 시설투자자금과 회사채를 갚기 위해 4.3%의 금리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시설자금 만기가 내년 5월14일인 점을 감안하면 5개월 이상 시간이 남아 있지만 시장상황을 감안해 미리 자금확보에 나선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 역시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도래하는 외화 단기차입금 4억6,300만달러를 갚기 위해 1일 회사채와 외화사채로 3,126억원의 자금을 조달했고 LG디스플레이도 내년 6월 말까지 이뤄지는 파주 P8공장 8세대 증설투자를 위해 2,000억원 규모의 무담보채권을 발행했다. 풀무원홀딩스의 경우 당초 내년 말까지로 예정됐던 자회사 풀무원식품으로부터의 차입금 140억원 상환을 이유로 17일 200억원의 회사채를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만기 여유가 있음에도 미리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확보에 나선 것은 최근 금리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저금리의 영향으로 10월15일 4.01%까지 떨어졌던 3년 만기 AA-급 회사채 금리는 이후 꾸준히 상승, 28일 4.26%까지 올랐다. 최근 미국 등의 경기회복과 원자재ㆍ곡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중국의 금리인상까지 겹치면서 내년에는 금리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그만큼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더 이상 금리가 오르기 전에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게 채권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대형 증권사의 회사채 담당자는 "원래 이달이 회사채 발행 비수기이기는 하나 최근 약간이라도 유리할 때 미리 필요한 돈을 끌어당기려는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며 "내년 금리조건이 더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업들의 가수요가 생각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