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부 혁신의 빛과 그림자

강동호 기자 <사회부>

요즘 행정자치부는 정부 혁신의 진앙지가 된 듯하다. 국내 어느 대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공모형’ 팀장ㆍ본부장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이번주에는 전국의 토지ㆍ건물 등 부동산을 개인별로 조회해볼 수 있는 ‘부동산 정보 관리시스템’을 본격 가동했다. ‘철밥통’이라 일컬어지는 구태의연한 조직에 자극을 주고 곧 시행될 종합부동산세 등 참여정부의 세제 개혁을 겨냥한 것이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행자부의 조치가 내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국적으로 파급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직까지는 그 파동이 미미한 것 같지만 조만간 우리 생활 곳곳에서 그 위력이 증명될 것이 확실하다. 본부ㆍ팀장제도는 정부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될 예정이고 부동산 조회시스템은 시ㆍ군ㆍ구에 보급돼 누구나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개인의 부동산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뽑아볼 수 있게 된다. 상속인이나 제 3자의 경우에도 상속인 증명서류나 위임장만 지참하면 타인 소유의 부동산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다. 조세 회피 등의 목적으로 명의를 옮겨놓았을 경우를 제외하면 개개인의 재산 보유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판이다. 하지만 이런 ‘혁신’의 뒤안길에는 으레 어두운 면이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공모형 팀ㆍ본부제 도입 첫해인 올해에는 상급자가 하급자 밑에서 일하는 극단적인 ‘계급 파괴’의 사례는 발생하지 않겠지만 내년부터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앙청사 공무원들의 숨은 고민이다. 지금까지 공무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실ㆍ국장 자리가 하루아침에 날아가버리게 된 점도 공무원들의 사기와 근무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아마 더 서러운 것은 더 이상 ‘정보의 독점’이 불가능해지면서 개개인의 재량권이 축소되거나 사라지게 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혁신을 이끌고 있는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 스스로 밝혔듯 ‘다른 나라에서도 유례가 없는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국가발전을 이끌어온 공무원들의 자부심과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 앞에서 일부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도 염두에 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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