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올 수출 좀 힘들겠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 동행 취재<br>반월공단 방문해 中企고충 청취로 첫 공식 외부활동<br>"다른 기관과 업무 중복돼도 기업 입장서 생각해 봐야<br>원재료 수입서 수출까지 FTA 활용한 새 전략 모색을"


한덕수(오른쪽 두번째)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24일 경기도에 있는 자동차부품 업체 동양피스톤을 방문, 이 회사 홍순겸(오른쪽)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 회장은 이날 첫 외부활동으로 이곳을 방문,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9개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사진제공=무협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선박 쪽이 좋지 않아 좀 힘든 것 같습니다. 지난 1월 무역 적자를 기록했지만 연간 단위로는 흑자를 기록할 것이고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닙니다."

24일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업체 동양피스톤에서 만난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올해 수출전망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을 폈다.


22일 한국무역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한 회장은 첫 번째 공식 외부활동으로 중소업체의 생산 현장을 선택했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약자인 중소기업을 중립적인 위치에서 적극 후원하겠다는 한 회장의 강한 의지가 읽혔다.

이날 첫 공개행보에 나선 한 회장을 서울경제신문이 동행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선 '자유무역협정(FTA) 전도사'인 한 회장에게 한중일 FTA에 대한 견해를 물어봤다. 한 회장이 현장을 방문한 시각 서울 삼성동 COEX 컨벤션센터 인근에서는 '한중 FTA 공청회'를 열려는 외교통상부와 농민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의 물리적 충돌이 있기도 했다. 한 회장은 "원칙론적으로 한중일 삼국이 모두 FTA를 맺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하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과 먼저 FTA를 맺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앞으로 직원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늘려갈 방침임을 밝혔다. 현장 방문을 마치고 다음 일정을 위해 트레이드센터로 돌아온 한 회장은 직무실인 51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한 달에 한 번 금요일에 직원들과 격 없이 어울리는 '겟 투게더' 모임을 가질까 한다"며 "기자도 많이 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그는 KOTRA와의 기능 중복을 묻는 질문에는 "무협과 KOTRA의 기능 중복을 생각하기보다 국가와 기업의 시각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우선순위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한 회장은 이날 동양피스톤 회의실에서 자동차 부품업체 등과 가진 간담회에서 앞으로 무협이 중소기업의 편에 서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한국무역협회는 앞으로 분야별 프로젝트 매니저의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수출에 대한 애로를 호소하면 어떻게 해서든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동양피스톤은 한 회장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상공부 자동차과장 시절 방문했던 이 회사를 24년 만에 무협 회장이 돼 다시 찾은 한 회장은 이날 동양피스톤ㆍ한독기술ㆍ한국후꼬꾸ㆍ코리아하이텍ㆍ부성스틸ㆍ케이아이씨ㆍ한국R&Dㆍ대승기공ㆍ남양공업 등 한미 FTA 발효로 수혜가 예상되는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9개사 대표들과 만나 오는 3월15일 발효되는 한미 FTA 활용 점검과 무역현장의 애로사항에 대해 들었다. 이어 피스톤이 생산하고 있는 공장시설을 둘러봤다. 서울경제신문은 한 회장과 동행하며 틈틈이 대화를 나눴다.

한 회장은 "무협은 전문 인력 확보, 규제 개혁, 해외 시장 개척 등 업계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기업 시각에서 보고 지원하는 분야별 프로젝트 매너저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기업에서 은퇴한 분야별 전문가를 돈을 들여서라도 모셔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인력풀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KOTRA의 해외 지사 직원 등을 활용할 수 있는지도 협의를 통해 알아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들이 FTA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존 시장을 넓히고 무역업계의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기업들은 FTA로 넓어지는 시장을 잘 활용하고 무협도 정부ㆍ투자기관 등과 함께 기업을 지원하도록 하겠다"며 "전화 한 통이면 FTA 애로 해소 및 이용이 가능하도록 최근 개소한 FTA 지원센터를 지역별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무협은 FTA 효과를 높이기 위해 최근 컨설팅ㆍ원산지ㆍFTA활용팀 등으로 구성된 부서를 신설했다. 무협은 또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무역사절단을 꾸리는 등 미국 관련 사업이 많이 늘려나갈 방침이다.

그는 이어 "한미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는 전체 무역의 61%가 FTA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우리 기업은 원재료 수입에서 부품 조달, 완성품 생산 및 수출에 이르기까지 FTA 활용을 극대화한 새로운 차원의 기업 공급망(supply chain) 전략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회장은 이날 업체 대표들의 애로사항을 하나도 빠짐없이 귀담아 듣고 메모하며 답했다. 특히 수출이나 협상 과정에서 영어 등을 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브레이크 부품을 생산하는 한 업체 대표는 "영어로 작성해야 하는 서류가 많은데 영어를 하는 사람은 중소기업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며 "현지 유학생을 통역으로 써도 전문용어를 모르니까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회장은 이에 "어학에 소질이 있고 전문성이 있는 인력을 중소기업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콜센터처럼 즉각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임지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