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與 의욕만 앞선 서민정책 흐지부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리모델링 활성화…<br>정부 반대로 축소·지도부 바뀌면 '없던 일' 일쑤

이주영(왼쪽 두 번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박재완(오른쪽 세 번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30일 국회에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대응방향 당정협의가 열리고 있다. /고영권기자

한나라당에서 장밋빛 서민정책을 발표해놓고 끝을 맺지 않는 '용두사미(龍頭蛇尾) 정책'들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기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리모델링 활성화, 대중교통비 소득공제 등이 흐지부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가 내건 정책이 정부의 반대에 부딪쳐 축소되거나 지도부 얼굴이 바뀌면 나 몰라라 하는 과정이 반복되며 빚은 결과다. 집권여당이 관료나 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놓은 정책인 만큼 현장에 적용될 때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30일 당정협의를 열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소모성자재(MRO)독식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대기업의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를 들여다보기 위해 내부거래 공시 대상 기업을 217개에서 245개로 28개 확대하고 공시내용을 구체화한 게 특징이다. 이를 근거로 총수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자녀에게 부를 물려줄 경우 상속세와 증여세를 강화해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 MRO 업체 때문에 판로가 막힌 중소기업 MRO 업체를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이 우선 구매하는 대책도 내놓았다. 그러나 당초 당 정책위가 추진하겠다던 중소기업 적합업종 MRO 추가는 정부의 반대에 밀려 가이드라인으로 약화됐다. 중소기법 MRO 업체 및 제조업체를 묶어 공공 MRO를 만든다는 복안도 온라인몰로 대체했다. 정책위 관계자는 "정부는 올해 제조업을 적합업종에 넣고 MRO 추가는 내년에 가서야 추진하겠다는 생각인데 우리도 넣겠다고는 했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내부거래 공시 역시 대상 기업이 28개 늘어났을 뿐 원래 존재하는 과태료 부과 외에 추가적인 제재 방안은 없다. 정책위 핵심관계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해도 9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본다는 대기업들에 대한 제재효과가 있기는 힘들다"면서 "또한 정부가 과태료나 증여세를 부과하면 소송을 걸 텐데 지금도 그런 종류의 소송에서 대기업이 진 경우가 거의 없다"고 인정했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앞장선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역시 '아랫돌 빼서 윗돌에 괴는 식'이다. 한나라당은 3년 동안 정부가 총 6조8,000억원을 지원하는 대신 대학이 매년 5,000억원을 내게 하고 매년 3,000억원 이상씩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대학 입장에서는 5,000억원을 내는 대신 3,000억원 이상을 받는 것이다. 또한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이공계와 인문ㆍ과학계열의 기초학문은 등록금 부담 완화를 확대하거나 장학금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기존에 있던 이공계 장학금을 일부 확대하는 것인지 유지하는 것인지 정해지지 않은 내용이다. 재보궐선거를 위해 급조한 공약은 선거가 끝나면 무관심 대상으로 전락한다. 김성조 정책위의장 시절인 지난 2010년 한나라당은 6ㆍ2 지방선거 공약으로 버스ㆍ지하철 대중교통 요금을 소득 공제해준다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내수활성화대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으나 정작 현 정책위의장단 관계자는 "그런 정책이 있었냐"고 되물을 정도다. 심재철 정책위의장 시절인 4월 한나라당은 분당을 재보선 공약용으로 아파트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주택법을 내놓았지만 현 정책위 부의장인 정진섭 의원은 "당의 중점 추진 법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당시 법안 발의에 참여한 한 한나라당 의원은 "민주당이 낸 법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 만에 만든 것으로 기존에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사람과 형평성 문제가 있는 등 내용에 문제가 많다"며 고개를 저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