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1월 21일] <1600> 여성 금연령


'여성은 호텔이나 음식점 같은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위반시 벌금형 5달러.' 1908년 1월21일 뉴욕시 법사위원회를 통과한 조례다. 발제자의 이름을 따 '설리번 조례(Sullivan Ordinance)'로도 불리는 여성 금연령의 명분은 보호. 여성의 흡연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성들의 공격을 원천적으로 막자는 취지를 달았다. 흡연 여성을 거리의 여인으로 오해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성희롱 사건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구실도 붙였다. 과연 이게 이유의 전부였을까. 남녀평등의 기치 아래 참정권을 주장하며 점점 조직화하는 여성들이 아예 공공장소에서 모임을 갖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뜻도 깔렸다. 노골적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조례는 당시의 시각으로도 문제가 많았는지 언론의 공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뉴욕이 뉴암스테르담이던 시절 네덜란드 총독이 미풍양속을 해치고 옷감도 많이 든다는 이유로 파티용 치마 착용을 금지시킨 것과 비슷하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여성 금연법은 충돌도 불렀다. 조례 발표 하루 만에 호텔 앞에서 담배를 피운 혐의로 체포된 케이티 멀케이라는 여성은 벌금형이 부과되자 '조례를 몰랐을 뿐 아니라 돈도 없다'며 버텼다. 비슷한 일이 꼬리를 물자 조지 매클레이 시장은 2주 만에 조례 자체를 백지화했다. 여성 금연령이 잠시나마 발동됐던 1908년 뉴욕 여성들은 섬유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참정권과 생존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세계여성의 날이 지정된 것도 이들의 투쟁을 기리기 위해서다. 여성 억압은 102년의 우화에 머물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다. 한국에서는 그 정도가 심하지만 양성 평등은 사회적 선택을 넘어 경제발전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여성인력의 활용 없이는 고령화 사회에 대처해나갈 방법도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