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달라진 세상… 신세대 아빠들의 육아휴직

경북 포항의 김윤현(38)씨는 올 3월 본 늦둥이 아들의 건강이 좋지 않아 내년 1월말까지 육아휴직을 했다. 직원이 모두 열다섯 명 밖에 되지 않은 소규모 건설회사에 다니는 그는 집안 사정 때문에 회사를 오랫동안 쉬게 돼 동료에게 미안하고 수입이 거의 없어졌지만 가정의 행복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생각에 휴직을 잘 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아내가 출산후유증으로 고생하자 육아 휴직을 했던 제일기획 이선구 차장은 “`남자가 애를 낳느냐`, `세상 좋아졌다` 등의 비아냥도 들었지만 가정의 행복을 위해 육아 휴직을 잘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저귀 갈고, 목욕 시키고, 분유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하루 해가 짧았다”며 “게다가 밥짓기, 빨래, 청소, 설거지 같은 집안일까지 덤으로 하게 돼 저녁이 되면 완전히 녹초가 돼 버려 차라리 회사 일이 편하다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언론사에서 처음으로 남성 육아휴직계를 낸 한겨레신문 권복기 기자는 “육아의 절반이 아버지 몫이지만 생업과 가부장적인 사고 때문에 그동안 대부분의 남자들이 육아 문제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아기 기저귀를 빨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정부가 2001년 11월 아버지들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 1세 미만의 자녀를 가진 남성 근로자도 1년까지 휴직할 수 있게 모성보호법안 관련 조항을 개정한 이후 남성 육아휴직이 조금씩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한계 때문에 제도도입 후 17개월 넘도록 육아 휴직을 한 남성은 아직 100명이 되지 않는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1년 2명, 2002년 78명, 2003년 3월까지 19명 등 모두 99명의 남성이 육아 휴직을 했다. 정부 보조금이 `우유 값에도 못 미치는` 월 30만원이어서 생계유지가 곤란한데다 기업 문화가 육아 휴직을 떠나는 아빠를 여전히 탐탁치 않게 보기 때문이다. 실제 육아 휴직자 가운데 직장 복귀 때 보직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개월 간 육아 휴직을 했던 회사원 이모(37)씨는 “복직한 뒤 직원들이 `육아 휴직한 아빠`라고 수군거릴 때마다 승진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육아 휴직을 탐탁치 않게 보는 시각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둔 사람도 10여명이나 됐다. 이모(33)씨는 “1년 동안 휴직을 신청했다가 사정이 생겨 한 달 만에 복귀하려고 했더니 회사에서 휴직 기간을 다 채우고 오라고 해서 아예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육아 휴직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직장도 조금씩 늘어 희망적이다. 이제는 아이의 기저귀를 직접 갈아주고 우유를 먹여주는 자상한 아빠가 되기 위해 휴직을 택하는 `신세대 아빠`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할 일 없어 집에 가서 애 본다`는 속담은 점점 옛말이 되고 있다. 정부도 육아 휴직에 적극적이다. 노동부 평등정책과 최수홍 과장은 “근로자들이 마음 놓고 육아 휴직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만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월 30만원인 육아 휴직 급여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대상도 만 1세 미만의 영아를 둔 근로자에서 취학 전까지 연령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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