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호를 타고 우주로 가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 고산씨를 위한 김치ㆍ라면ㆍ수정과 등 우리 전통음식들이 우주식품으로 인증받았다.
현재까지 우주식품을 개발, 제조해 우주로 가져간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뿐이며 일본이나 프랑스 등도 자체 개발한 우주식품이 인증과정을 통과하지 못해 우주선에는 탑재하지 못했다고 하니 쾌거라 할 만하다.
특히 김치가 우주식품으로 제조, 승인된 것에 대해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언론의 관심이 높다고 한다. 영국 BBC와 미국 CNN 인터넷판은 김치가 저장 음식으로 매우 탁월하다는 기사를 소개했는가 하면 프랑스의 AFP통신은 ‘한국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절임 음식인 김치가 특별한 방식으로 가공돼 역사적인 우주 임무에 동반할 수 있게 됐다’고 실었다.
그렇지만 김치 종주국의 위상은 최근 들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됐고 우주식품으로까지 발전한 김치지만 국내에서는 무역 역조가 매년 심각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출은 7,531만달러로 7.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김치 수입은 1억184만달러로 26%나 증가했다. 지난해 김치 무역적자는 3,553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작 종주국이라는 나라에 중국산 김치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일본은 ‘기무치’를 원조로 만들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우주식품 김치의 원조국가라는 지위가 언제까지 지켜질지 걱정스럽다.
몇 년 전 스코틀랜드의 한 위스키업체를 방문했을 때 그 업체 마케팅 임원은 “위스키를 처음 만든 나라는 아일랜드지만 지금은 스카치 위스키가 최고”라며 “아일랜드인들이 스코틀랜드에 위스키를 전해준 게 최대 실수”라는 농담을 했다.
원조가 뒤바뀐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프랑스 역시 로마의 줄리우스 카이사르가 프랑스의 옛 땅인 갈리아를 정복한 후 포도나무를 심고 양조 기술을 보급한 덕택에 오늘날 이탈리아를 제치고 와인 종주국이 된 것이다.
숭례문이 불타 없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소중함을 느끼는 것처럼 김치 역시 종주국 지위를 잃고 나서야 한탄할 것인가. 당당히 ‘우주식품’ 대열에 합류한 김치가 ‘한국이 만든 전지구인의 식품’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도록 김치 글로벌화 계획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