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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경기도 광주의 빵기계 제조업체 대흥소프트밀 공장은 쉴 새 없이 들리는 기계소리와 이리저리 오가는 직원들로 분주했다. 근로자 대부분은 노련미가 넘쳐 보이는 중장년층이었는데 그 사이로 유독 앳된 얼굴의 한 남성이 열심히 선반의 나사를 조이고 있었다. 한쪽 귀에 걸린 큰 귀걸이가 눈에 띄는 그는 올해 2월부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김영진(19)씨. 김씨의 작업복에는 다른 직원들과 다르게 '특훈사원'이라는 노란색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 회사의 책임현장교수로 있는 송상종씨는 김씨 옆에 바짝 붙어 하나하나 작업요령을 가르치고 있었다. 실수하면 꾸짖기도 하고 작업을 잘하면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흥소프트밀은 지난해 11월 정부의 일ㆍ학습병행제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김씨 같은 특훈사원 11명을 채용했다. 일ㆍ학습병행제는 스위스의 직업학교와 독일의 도제 훈련 등을 참고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고친 제도로 기업에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하는 시스템이다.
대흥소프트밀의 특훈사원들은 이날처럼 공장에서 실습교육을 받을 때도 있지만 공구류 대신 교재와 노트북을 들고 이론수업도 듣는다. 2년에 걸친 특훈사원 기간에 냉동이론과 용접이론, 컴퓨터지원설계(CAD) 등을 배우는 데 모두 480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교육과정은 직업능력개발원과 성남 폴리텍대, 사내 기술담당 교수가 머리를 맞대 만들었다. 2년간의 이론ㆍ실습 교육을 통해 특훈사원은 전문대 졸업 수준의 역량을 갖출 수 있으며 이후 학점은행제나 연계 학교를 통해 학위를 취득할 길도 열린다.
특훈사원들의 월급은 150만~200만원가량으로 돈도 벌고 기술도 배우는 일거양득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 입사한 빈성인(24)씨는 "요즘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면 보통 서른이 넘고 그때부터는 학자금을 갚느라 바쁜데 저는 월급을 받으면서 공부도 하니 대학생 친구들이 전혀 부럽지 않다"며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특훈사원 이주현씨는 "노력에 따라 학위까지 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일ㆍ학습병행제에 참여하는 회사 역시 이득이 많다. 정부는 이 제도에 참여하는 기업에 교육 인프라 마련과 훈련에 필요한 지원금 등을 연간 2,400만원 이상 지원하고 훈련생에게도 학습근로 지원금(월 40만원)과 숙식비(월 21만원 한도)를 기업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김대인 대흥소프트밀 회장은 "원래 사내교육원을 만들 예정이었는데 정부 지원을 받아 손쉽게 교육여건을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을 마친 훈련생들은 해당 기업에 바로 정식 채용되거나 기술을 살려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로 취직할 수도 있다. 대흥소프트밀의 경우 특훈사원을 그대로 채용할 경우 재교육을 할 필요가 없고 바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만큼 인력운용 부담을 덜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일ㆍ학습 병행 업체 1,300개를 선정하고 훈련생 7,000명을 뽑을 계획이다. 오는 2017년까지 1만개 업체를 참여시켜 청년실업도 없애고 능력중심 사회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함께 일ㆍ학습병행제를 시행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한 관계자는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 산업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대학 학위를 따는 데 들이는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다"며 "여러 기업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동훈련센터와 외부 교육시설을 확대하는 등 양질의 교육 기반을 갖추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