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사치도 전염된다"

■ 사치열병 (로버트 H.프랭크 지음, 미지북스 펴냄)<br>최상층→중산층→저소득층으로 퍼지는 소비열풍<br>집·車서 축의금·선물까지 광범위<br>과시적 소비 '위에서 아래로' 확산<br>극복 대안으로 '누진 소비세' 제안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쓰는 사치(奢侈)에도 전염성이 있다. 병으로 치자면 전염병이다. 비쌀수록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이 같은 사치 소비의 본질을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물건의 효용이 아니라 상대적 지위와 서열을 보여주고자 하는 과시적 소비"라고 설명했다. 오늘 날 사람들의 소비 패턴에서 이 '과시적 소비'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코넬대 존슨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승자 독식 사회' '이코노믹 씽킹' 등의 저서로 유명한 저자는 사람들이 왜 과시적 소비에 빠져드는지 따져보고 그 폐해를 극복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최상층의 무분별한 소비 행태를 사치의 주범으로 꼽았다. 순자산이 최소 3,000만 달러 이상인'슈퍼리치'의 폭주적인 소비 행태가 바이러스처럼 퍼져 나갔다는 주장이다. 1,000만 달러짜리 슈퍼리치의 맨션이 뉴스를 통해 회자되지만 오늘날 미국의 주택은 1950년대에 비해 평균 2배나 넓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자동차의 경우 25만 달러짜리 람보르기니 디아블로가 사치라는 지적을 받지만 오늘날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평균가격이 10년 전에 비해 75%나 높아져 2만2,000달러를 넘어섰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슈퍼리치의 구매행태는 '선도력'으로 작용했다. 중산층, 심지어 저소득 가구의 소비패턴에까지 침투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집과 차 뿐만 아니라 축의금, 선물, 면접 때 입어야 하는 옷의 종류까지 광범위하게 과시적 소비가 퍼져간다. 결국 중위, 하위 소득가구의 살림살이는 나아지는 것이 없거나 더 나빠진다. 종국에는 과시적 소비로 인한 피해가 부메랑처럼 부자들에게도 돌아간다. 국민 소득의 더 많은 부분이 소비에 사용되면 빈곤과 마약 퇴치, 공공기반시설 보수 등에 쓰일 예산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결국 부자들도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저자는 금방 적응하고 사라지는 과시적 소비의 만족감 대신 가족이나 친구와 보내는 시간, 긴 휴가, 직업적 자율성 같은'비과시적 소비'에 자원을 투자하기를 권한다. 이는 돈으로 측정되거나 한눈에 보이지 않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실재하는 '주관적 복지'의 증대를 이끌기에 소비와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공략한 것이다. 동시에 사치 열병을 극복할 스마트한 대안으로 '누진 소비세'를 제시했다. 한 가정이 매년 지출하는 소비 총액에 근거해 과세하는 방안이다. 각 가정은 가장 필요한 것에 제일 우선적으로 돈을 쓰고, 일정 금액 이상의 소비에 대해서는 누진적인 세금을 물게 되므로 과시적 소비의 총량을 줄이려고 하게 된다는 것. 소비에 쓰지 않는 돈은 모두 은행에 쌓여 저축률 상승으로 투자 증가를 이끌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을 촉진시키며 이는 정부의 재원 확보와 복지 예산 증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누진 소비세를 통해 복지와 경제 성장 중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책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거듭 강조한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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