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시세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그늘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올해 전국 251개 시ㆍ군ㆍ구 가운데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오른 곳은 142곳으로 절반이 조금 넘었다. 226곳이 상승한 지난해와는 확연히 대조를 보였다. 전국 평균으로도 4.1% 하락해 4.3%의 오름세를 보였던 지난해에 비해 심각한 경기침체를 실감하게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유럽발 경제위기 등과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국내 실물경기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신도시와 보금자리주택 등의 공급이 전반적인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ㆍ경산ㆍ세종시 등 상승 눈길=전국에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울산 동구였다. 평균 상승률이 16.4%에 달했다. 화정동 일대 주거환경개선사업 이주 수요에 기존 소득 수준이 높은 공단 근로자의 꾸준한 주택 수요가 공시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지하철 2호선 연장과 우회도로 개통 등으로 대구와의 접근성이 한층 개선된 경북 경산시도 12.0%나 상승했다. 이 밖에 ▲울산 북구(11.1%) ▲전남 나주(10.3%) ▲경북 구미(9.7%) ▲세종(8.9%) 등 경제자유구역ㆍ혁신도시ㆍ행정중심복합도시 이전 대상 지역이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수도권 주요 지역은 공시가격 하락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명암이 엇갈렸다. 수도권은 전국 가격 공시 대상 공동주택 가구 수의 53%를 차지하는데다 전체 공시가격 총액의 7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서울(6.8%), 경기(5.6%), 인천(6.7%) 모두 5% 이상 떨어지며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가 공시가격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수도권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곳은 과천시였다. 중앙행정부처의 이전과 재건축 사업지연 등으로 공시가격이 13.1%나 떨어졌다. 보금자리주택 공급, 재건축 사업 지연으로 서울 강남구가 11.6%나 하락했고 중대형을 중심으로 집값 낙폭이 컸던 용인시 수지구도 11.4%로 하락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대형ㆍ고가주택일수록 가격 하락폭 커='소강대약(小强大弱)'의 시장 상황 역시 공시가격에도 뚜렷이 나타났다. 면적별로 보면 33㎡ 이하 소형 주택만 0.9% 올랐을 뿐 나머지 면적대의 주택은 모두 가격이 하락했다. 특히 135㎡가 넘는 대형주택은 공시가격이 8.7%나 떨어지는 등 주택면적이 커질수록 공시가격 낙폭도 컸다.
가격 수준별로도 1억원 이하 주택은 1.4~3.4% 상승했지만 1억~2억원 주택은 1.5% 하락했고 수도권 지역 평균 매매 가격대인 3억~6억원대 아파트는 8.2%나 떨어졌다.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11.3%나 가격이 내려앉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