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6월 1일] 아피싯 총리의 태국식 화해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가 국민적 '화해'를 외치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주 말 태국 주재 외교관들을 초청해 한 연설에서 '화해'라는 말을 무려 9번이나 언급했다. '화해'는 아피싯 총리의 모토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최소 88명의 사망자를 낳은 유혈 사태의 수습은 제쳐둔 채 정치 논쟁에 매달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외치는 '화해'는 과거 태국 군사정권들이 부르짖었던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시위자들의 주요 요구사항부터 살펴보자. 태국 국민, 특히 농촌 지역 사람들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요구했다. 총리는 시골의 가난한 사람들이 '합법적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조기총선 요구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강력한 경제회복'과 '평화로운 상황'을 강조했다. 하지만 선거가 지연될수록 레드셔츠들은 더 절망할 것이고 그들은 방콕의 약속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아피싯 행정부는 정치적 발언들을 통제하고 친정부 의견에 힘을 실어주려고 노력했다. 지난 2주 동안 정부 당국은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수백개의 웹사이트를 폐쇄했고 레드셔츠의 출판을 금지시켰으며 북부와 북동부 지방의 지역 라디오 방송국을 점거했다. 이런 조치들은 현행 태국 긴급조치법상 합법이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역설적으로 정부가 공개토론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피싯의 '국민적 화해를 위한 5가지 계획'을 들여다보면 미디어를 통제한다는 조항이 있다. 아파싯 총리는 또 민주적으로 선출된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고소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5일 형사법원은 시위선동, 테러리즘 혐의 등으로 탁신 전 총리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진정한 '화해'를 이루는 데 중요한 태국 국민들로부터 분노를 살 뿐이다. 농촌 유권자들은 연속 4번의 총선에서 탁신과 그의 지지자들에게 표를 던졌다. 아피싯 총리는 공개토론 없이 자신의 임기 중에 화해를 달성하려는 의도도 보여준다. 이런 '사이비 민주주의'는 과거 러시아나 미얀마의 사례와 비슷하다. 사이비 민주주의는 태국의 뿌리 깊은 정치적 분할을 해결하지 못하고 상황만 악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피싯 총리가 정말로 유혈이 낭자한 거리로부터 앞으로 나아가길 원한다면 그는 총선으로 심판을 받고 다른 후보들과 겨루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화해'이자 용기를 발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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