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전국 산업ㆍ농공단지, 경제자유구역 등 통칭 투자단지 입지규제를 전면 개편하기로 하면서 실행방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 부총리가 밝힌 규제개편의 한 사례는 당초 목적대로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아 장기간 방치된 단지 등의 용도를 최근 흐름에 맞게 바꾸고 단지 내 녹지규제 등으로 투자가 어렵다면 이를 풀어주는 식이다.
당장 농공단지만 해도 각 지역마다 지역구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표심을 사느라 중구난방으로 지정해놓으면서 거의 포화상태다. 그럼에도 선거철 등을 전후로 농공단지 지정 여부는 출마 후보들의 당락을 좌우하는 주요 명제이다 보니 단지 지정 러시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최고 실세로 떠오르며 이후 A지방의 광역자치단체장까지 지냈던 B씨의 경우 도민들이 자기 지역 내 숙원사업인 농공단지 지정을 요청하면 민원인들이 보는 앞에서 핵심 당국자들에게 전화를 해 해결해주는 '실력'을 과시한 것으로 유명할 정도다.
경제자유구역이나 산업단지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투자단지로 지정되면 기본적으로 도로 등 인프라가 정비되고 주변 지역까지 땅값이 뛰어 제사(투자유치)보다는 젯밥(땅 투기) 등을 노린 로비스트들이 단골로 정치인에 민원을 넣는 항목이다.
현 부총리가 전국 투자단지에 수술을 하려는 것도 이 같은 차원으로 풀이된다. 당초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는 단지는 과감히 축소하되 용도 등을 최근의 산업ㆍ소비동향 등에 맞게 전환함으로써 민간투자를 이끌어내는 리모델링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에 제조업 중심으로 지정됐던 투자단지라면 서비스업종도 입주할 수 있도록 손질하는 방안도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부의 최대 목표가 고용률 70% 달성이므로 제조업보다 상대적으로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높은 서비스업 투자를 진작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기재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무용지물이 된 산단이나 농공단지를 관광단지나 의료복합단지 등으로 변신시키는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현 부총리가 지난 1일 방문한 새만금지역만 해도 군산시와 부안군 새만금 간척지, 고군산군도에서 3개 경제자유구역이 2008년부터 지정됐지만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 부총리는 이 같은 투자단지 입지규제 해소방안을 '지역별'보다는 '기능별'로 나눠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쉽게 말해 '수도권 규제완화냐, 비수도권 규제완화냐' 같은 지역갈등 유발요인은 최소화하고 업종별 등으로 입지규제 현황을 파악해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최고위급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물론 입지규제 등을 푸는 과정에서 수도권 규제 문제가 다뤄질 수는 있다"면서 "다만 이는 수도권만 풀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기능별로 접근하다가 그중 '해픈투비(happen to beㆍ우연하게도 결과적으로)' 식으로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투자단지 전면 리모델링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사전준비작업만 해도 전국에 산재한 단지들의 투자 현황을 일일이 파악해 집계해야 한다. 기재부조차 정확한 산업단지 현황 집계자료를 갖고 있지 못하다. 이에 따라 3ㆍ4분기 중 발표될 정부의 '3차 규제완화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은 입지규제 개편의 큰 방향성만 제시하고 실행계획은 사안별로 시리즈처럼 연작으로 추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