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그룹/인도 첸나이 자동차 공장:6(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황무지 66만평 차공단 탈바꿈/“인에 제2울산 건설” 야망/모델 개발·부품 조달도 현지서… 2000년 11만대 판매 목표『현대자동차 인도공장이 아니다. 인도에 또 하나의 현대자동차 공장이다』 정몽규 현대자동차회장은 인도에 단독투자로 건설에 나선 「현대자동차인디아」(HMI)사를 이렇게 표현했다. 현대가 이 공장을 세계화와 현지화의 모델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잘 담고 있다.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버스로 3시간 정도 남쪽으로 달리면 타밀나두주 첸나이(영어명 마드라스·현재 인도는 그동안 영어로 써왔던 지명을 인도어로 바꾸고 있다)시가 나온다. 도심에서 남쪽으로 35㎞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현대 첸나이공장 까지의 길은 인도의 본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포장됐다고 보기 어려운 도로, 차와 소·사람이 뒤엉킨 거리, 사람이 살 수 있을까 눈을 의심하게 되는 도로변의 움막집과 도로를 가득 매우고 있는 사람들, 조금내린 비에도 범벅이 되는 도로 등. 그런데 현대는 이곳에 대형 자동차공장을 건설하겠다며 지난 지난 96년 12월 10일에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공사에 나섰다. 지금 이곳은 땅을 고르고, 지반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비의 굉음에 휩싸여 있다. 현대는 총 66만평의 대지위에 오는 2001년 까지 2단계에 걸쳐 11억달러를 단독으로 투자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다. 그런데 현장을 찾았을 때 현대가 택한 「인도로 가는길」은 험난해 보이기만 했다. 과연 이런 곳에서 차를 만들고, 판매할 수 있을까. 김량수 HMI대표(전무)는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자동차업체들이 왜 경쟁적으로 인도로 몰려오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인도정부와 일본 스즈키가 합작으로 생산하는 「마루티」(배기량 8백­1천3백cc 생산)가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데 최근들어 많은 업체들이 신규진출, 그수가 10여개사에 달하고 있다. 시장전망이 그만큼 밝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박병재 현대자동차사장은 『96년에 40여만대의 시장이 오는 2000년에는 고도성장을 할 경우 1백70만대, 평균성장만 한다해도 1백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며 『인도는 세계에서 몇안되는 유망시장』이라고 강조한다. 이 공장의 1차 준공시점은 98년 10월. 올해 말까지 공장을 세우고, 98년 6월까지 생산설비를 설치한뒤 3개월의 시험가동을 거쳐 양산에 나서게 된다. 현대는 이때까지 7억달러를 투자해 연간 12만대 규모의 엑센트 공장을 세운다. 공장준공과 동시에 차가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생산 1차년도인 98년에 1만대를 판매하고, 99년에는 6만5천대, 2000년 11만대로 잡혀있다. 1차 준공의 풀가동 시점은 2001년. 4억달러를 투자하게 되는 2차 공사는 2001년에 준공을 목표로 하고있다. 박사장은 『오는 2005년에는 20만대를 생산, 15만대는 인도에 공급하고, 나머지는 인근 국가에 수출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산 20만대의 생산규모에 11억달러의 투자규모는 국내업체의 해외투자 가운데 가장 큰 것이다. 이 숫자는 현대가 이 공장에 갖고 있는 의욕을 확인하게 한다. 현대가 그룹차원에서 이 공장에 쏟는 열정은 규모에만 있는게 아니다. 현대의 세계화전략에서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는 것을 우선 들 수 있다. 현대는 인도투자를 통해 그동안 견지해온 소극적 투자에서 과감히 벗어났다. 그동안 해외공장은 소규모의 단순조립 형태로 운영해 왔다. 따라서 인도공장은 본격적인 현지화·세계화의 개막인 셈이다. 이같은 분석은 정몽규 회장이 공장기공식 기념사에서 『진정한 세계화는 완전한 현지화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기본이념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협력업체와 동반진출하여 완전한 현지화를 이룬 모범적인 세계화의 사례로 발전되도록 하겠다』는 데서도 확인된다. 또 국내 최초로 자족형공장이라는 것도 현대의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정회장은 『이 공장은 엔진, 트랜스미션, 프레스, 차체, 도장, 조립, 플라스틱 사출물 공장을 비롯 연구개발센터, 성능시험연구소, 주행시험장의 연구시설까지 갖추어 현지에서 시장환경에 맞는 자체상품을 연구개발, 시험, 제조판매 까지 전과정을 완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야말로 「또 하나의 현대공장」이다. 이런 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단독투자를 통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또 부품업체들과 동반진출하는 것도 절대적이다. 현대는 만도기계, 한라공조(에어컨), 한일이화(도어 트림), 삼림산업(헤드램프), 경신공업(와이어링) 등 16개 업체가 2억달러를 갖고 함께 인도로 가는길에 올랐다. 이처럼 많은 업체들이 동반진출에 나선 것은 가능한 신속하게 현지부품 비율을 높여 자립기반을 갖추기 위한 것. 박병재 사장은 『인도의 자동차 산업 육성과 조기 기술이전을 위해 생산 첫해인 98년 부터 70%의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하고, 3년안에 현지부품 장착율을 95%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가 타밀나두주를 최종 공장입지로 결정한 것도 현지화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현대는 당초 델리, 캘커타, 뭄바이(봄베이)도 후보지로 검토했다. 『최종적으로 타밀나두의 첸나이를 선택한 것은 주인구 6천만명의 거대도시에 항구도시인 측면과 함께 인도 자동차부품업체의 절반가량이 인근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는게 현대의 설명이다. 이런 인식은 인도측도 마찬가지. 타밀나두주 카루나니디 수상은 『이곳을 한국의 울산,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로 만들 것이다』고 말해 자동차 산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역시 부품, 인력 등 기반이 갖추어진데 따른 것이다. 이 공장에서 현대가 추진하는 또 하나의 시도는 「인도에 맞는 차」를 개발, 상품에서도 현지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현대는 이미 1년전부터 기술연구소에 중요 구성원들로 전담팀을 구성, 인도형차를 연구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이제 1조원 가까운 대형프로젝트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현대자동차 30년사에서 최대의 해외프로젝트가 본격 진행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를 계기로 「해외50만대체제」란 2000년 비전의 첫발도 내디뎠다. 지난해 12월 열린 기공식날은 건기에 아주 드믄 싸이클론으로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고 한다. 『현대는 바람을 몰고 다니는 업체다. 기공식에 분 「현대바람」은 완공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박병재 사장은 의욕에 넘치고 있다. ◎인터뷰/박병재 현대자동차 사장/“인공장 「아시아카 전략」 기지 역활/정지작업 위해 올 대대적 현지 홍보” ―다른 나라와 달리 인도는 투자하려는 업체들이 더 적극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인도를 택한 배경은. ▲조건이나 타밀나두주의 지원은 적극적이었다. 투자신청서를 낸지 3주만에 모든 것이 허가가 났다. 또 사유지 66만평을 적정가격으로 매입, 공급해주었고 주소비세도 장기 면세헤택을 주기로 했다. 인도투자는 「무한의 잠재력」을 향한 시동이다. 인도는 세계인구의 16%를 차지하는 「대국」인데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중산층이 2억명에 달하는 나라다. 자동차시장도 오는 2000년까지 연평균 30%이상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도는 현대 뿐 아니라 스즈키, 벤츠, 포드, 혼다, GM, 포드, 피아트 등 세계 유명업체들이 모두 진출, 세계적인 경쟁무대다. 이 경쟁에서 현대는 무엇을 무기로 할 것인가. ▲무엇보다 단독투자를 꼽을 수 있다. 인도에서 외국업체 단독으로 자동차공장을 세우는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 어려운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추진이 필요하다. 이제 공장건설에 나선 단계지만 단독으로 투자해서 가능한한 많은 일을 경험하고 있다. ―11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자금은 어떻게 조달할 계획인가. ▲40%는 자본금으로 자체조달하고 나머지는 외자로 충당할 것이다. 외자는 전세계에서 아주 유리한 조건으로 조달할 수 있다.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은. ▲일반 생산직들이 평균 한달에 1백50달러, 기술인력도 3백50달러 선이다. ―현대가 인도공장 설립을 계기로 추진에 나선 「아시아카전략」에서 인도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 ▲아시아카는 엑센트를 기본으로 하되 아시아시장 특성에 맞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아시아 각국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인도공장은 이 전략에서 핵심적인 부품기지다. 인도공장에서는 엔진, 트랜스미션, 에어컨, 브레이크, 시트 등 많은 부품을 현지에서 생산하게 된다. ―판매 체제는. ▲제조는 우리가 독자적으로하지만 판매는 단독 및 딜러시스템 도입등 다양한 방안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영국의 영향으로 노조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있고 외부인도 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 인도에서는 성공한 기업의 경우 대부분 단일노조여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노조라 해도 내규(공장서 담배피우는 행위, 같은 결함 3회이상 발생 등)에 위배될 경우 해고시킬 수도 있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기업이미지 제고활동은. ▲성공적인 시장진입을 위해 판매개시 1년전인 올해부터 대대적인 기업이미지 광고와 홍보에 나설 방침이다.<첸나이(인도)=박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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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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